![공군의 KC-330 공중급유기가 붐을 이용해 F-35A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사진=공군]](https://cdn.enewstoday.co.kr/news/photo/202510/2338043_1161481_2849.jpg)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들이 작전을 수행을 하다 보면 임무 시간을 연장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만약 연료가 부족하다면? 당연히 자동차처럼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채우면 된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현대전에서 연료를 채우기 위해 기지로 돌아간다는 건 곧 임무 실패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하늘의 주유소인 ‘공중급유기’다.
공중급유기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우리 공군이 공중급유기 4대를 구매해 2019년부터 실전에 배치하면서부터다. 공중급유는 현대전에서 이미 보편화된 임무지만 대당 가격이 약 5천억원에 가까운 값비싼 장비에 속해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도입할 수 없었다.
공중급유 임무가 일반인에게는 늦게 알려졌지만 첫 공중급유는 사실 100년도 넘는 전의 일이다. 1923년 6월 27일, 미 육군항공대 소속의 복엽기 2대가 비행 중 승무원이 직접 연결한 호스를 통해 연료를 공급하는 데 성공하며 인류 최초의 공중급유 기록을 세웠다. 이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등 전쟁을 거치며 급속히 발전했고, 다양한 공중급유기가 개발되면서 오늘날 핵심적인 공중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의 공중급유기는 통상 약 9000~1만2000m 고도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연료 적재량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 공군의 KC-330 시그너스는 최대 약 111톤까지 연료를 탑재할 수 있다. 이는 공군의 KF-16 전투기 20여대 또는 F-15K 전투기 10여대에 급유할 수 있는 연료량이다.
오늘날 세계 최강의 공군으로 평가받는 미 공군은 KC-135 스트라토탱커, KC-10 익스텐더, KC-46 페가수스를 운용 중인 가운데 KC-135는 최대 약 90.7톤, KC-10 익스텐더는 최대 약 161톤, 그리고 KC-47은 최대 약 90톤의 연료를 적재할 수 있다. 이 외에 러시아군이 운용 중인 IL-78은 기본형이 최대 약 57.7톤, 추가 탱크를 포함하면 최대 85.7톤까지 연료를 적재할 수 있다.
급유방식은 붐(boom) 방식과 프로브 앤 드로그(probe & drogue) 방식이 사용된다. 쉽게 말해 붐 방식은 연료봉을,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은 연료호스를 사용해 연료를 공급한다. 이 중 붐 방식은 공군이,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은 해군·해병대·육군이 주로 사용한다.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으로 공중급유를 받고 있는 미 해군의 F/A-18E 슈퍼호넷 전투기. [사진=미 공군]](https://cdn.enewstoday.co.kr/news/photo/202510/2338043_1161482_3543.jpg)
공중급유 과정은 마치 하늘에서 펼쳐지는 고난도의 곡예와 같다. 2대의 항공기가 9000~1만2000m의 고도에서 거의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일직선을 유지하며 함께 비행해야 한다. 물론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공기 흐름이 있어도 급유기와 급유받는 항공기는 몇십 cm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긴밀하게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붐 방식의 경우, 조종사들은 대기 중인 붐을 주시하며 작은 움직임에도 신중하게 반응해야 한다. 대신 공중급유기 동체 뒤에는 급유용 붐을 세밀하게 조작하는 오퍼레이터가 배치돼 주유용 붐을 항공기 주유구에 정확하게 연결한다. 또한 오퍼레이터는 연료 공급을 직접 조절해 분당 수천 리터의 연료를 빠르게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급유받는 항공기의 조종사는 급유가 완료될 때까지 위치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은 공중급유기가 깔때기 모양의 드로그가 설치된 호수를 길게 늘어뜨리면 급유받는 항공기는 더듬이처럼 생긴 프로브를 이 드로그에 꽂아 넣으면 연료가 공급된다. 만약 호스가 바람에 휘청일 때도 드로그가 호스를 고정시켜 급유가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공중급유 과정은 이처럼 단순한 연료 이동이 아니라 2대의 항공기가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의 섬세한 기술과 팀워크의 결과다.
한편, 오늘날 운용되는 공중급유기는 항공기의 임무 시간을 연장하는 공중급유 외에도 재해재난과 재외 국민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8월,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와 그 가족 391명을 긴급 대피시켰던 미라클 작전이 대표적 사례다. 전투기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지만, 주요 작전이나 분쟁·재해재난 현장에서 임무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력으로서 그 가치가 빛이 나는 이유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