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철 지앤티솔루션 대표. [사진=안경선 기자]
강상철 지앤티솔루션 대표.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도로와 차량은 결국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도로를 잘 깔고, 차를 잘 만드는 데만 몰두해 왔던 건 아닐까요?”

수원에서 열린 ‘2025 수원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아태총회’ 현장에서 만난 강상철 지앤티솔루션 대표의 말에는 기술을 넘어 사람을 중심에 둔 오랜 고민이 배어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반복됐다. 그는 ‘사람을 보는 기술’을 말하고, 실제로 그것을 구현하고 있었다.

2007년 설립된 지앤티솔루션은 AI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차량 내 인원수 및 탑승자의 다양한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왔다. ‘사람 중심 기술’이라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교통안전뿐 아니라 국가 보안과 산업 현장 등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번 ITS 현장에서 시연된 시스템은 차량 창문을 통해 탑승자 수와 안전띠 착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방식이다. 지앤티솔루션은 이 기술을 ‘새다(SEDA)’와 ‘매다(MEDA)’라는 이름의 AI 기반 시스템으로 제품화했다.

차량의 좌우와 정면을 촬영한 뒤 딥러닝 알고리즘이 탑승자와 행동을 분석하는 구조였다. 단속보다 ‘피드백’에 초점을 맞춘 설계로 안전띠 미착용 시 운전자에게 안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도 구현돼 있다.

현재 서울 톨게이트에 시범 적용돼 실제 운영 중이며 향후 국가 기반 시설이나 보안 구역, 주차장 등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공인 성능 평가에서 최대 96.8%의 정확도를 기록, 국내외 특허도 확보한 상태다.

처음 기술을 봤을 때는 그저 ‘차 안에 몇 명이 탔는지를 파악하는 장치’ 정도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단순한 장비가 아닌 도로 위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의 존재’를 기술로서 인식하는 일이었다. 감시보다 보호를 위한 시선. 그것이 강 대표가 설명한 기술의 본질이었다.

강 대표는 8년 전 미국 출장 중 다인승 전용차로(HOV) 시스템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은 차량 탑승 인원에 따라 통행을 제한하거나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제도를 운용, 그 기준이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그때 이 기술이 되겠구나 싶었다”며 “AI와 센서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었고, 사람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가 직접 ‘2025 수원 ITS 아태총회’ 지앤티솔루션 부스에 설치된 자동자에 탑승해 AI 기반 시스템 ‘매다’와 ‘새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강 대표가 직접 ‘2025 수원 ITS 아태총회’ 지앤티솔루션 부스에 설치된 자동자에 탑승해 AI 기반 시스템 ‘매다’와 ‘새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한국으로 돌아온 강 대표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약 6년에 걸친 개발 끝에 기술은 제품화됐고, 마침내 공공기관 납품과 방송 소개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을 떠올리며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해서 방송에 나오고, 실제 판매까지 이어졌을 때 울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과제를 안겼다. 기술이 아무리 완성돼도 제도적 기반 없이는 상황에서는 보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경찰이 무인 단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항이 전체의 절반밖에 안 돼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한계를 짚었다. 이어 “시행령으로 바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법률에 박혀 있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상황을 ‘1단계 완료’로 정의했다. 기술은 개발·제품화됐고, 방송 소개와 납품까지 마쳤다. 이제는 본격적인 확산, 즉 ‘2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기술 성공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젠 실제로 보급이 되어야 의미가 생긴다”며 “사람들이 더 많이 안전띠를 착용하고, 버스전용 차로를 다니는 스타렉스나 카니발에 진짜 6명이 타고 다니면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급의 벽은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있었다. 강 대표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도 가능한 사안이 본법 조항 안에 들어 있어 국회로 가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정부 주최 안전 포럼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않은 국가적 이슈로 계획이 무산됐다. 강 대표는 “논의를 통해 추진을 진행했지만, 여러 이슈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논의가 다시 원활하게 진행돼 재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좌석을 알려주는 ‘매다’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안전띠를 매지 않은 좌석을 알려주는 ‘매다’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기술은 이미 증명됐다. 지앤티솔루션은 조달 등록, 시범 납품 등 법적으로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강 대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확산은 이제 정부 기관의 몫이고, 법을 바꾸는 건 국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최근 대선후보들이 내건 ‘네거티브 규제 전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공약이 당선 이후에도 계속 유지돼 기술이 사회보다 앞서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법과 제도가 뒤따르기를 바란다”며 “기술과 효과는 이미 검증됐고, 서비스도 나왔고 방송도 됐다. 이제는 제도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공언했다.

사람 중심 기술이라는 본질은 그 쓰임새가 어디로 향하든 변하지 않았다. 최근 교통안전을 넘어 보안 현장으로도 무대를 넓히고 있다. 원자력 시설, 항만, 군사 경계지 등 국가 기반 시설에서 차량 탑승 인원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그는 “‘세이프티(Safety)’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시큐리티(Security)’에서도 부름을 받고 있다”며 “해외 중 북미·중동 지역 바이어들이 먼저 관심을 보인다.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가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이 기술이 단순히 ‘사람 수’를 세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안전띠 착용 여부는 물론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반려동물 동승 여부까지. 탑승자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포착해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가려내는 기술이었다.

강 대표는 “이런 행위들이 실제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친다. 향후에 정책과 단속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더 정밀하게 발전시키고 싶다”며 기술 고도화 의지를 내비쳤다.

강상철 대표가 지앤티솔루션 부스를 방문한 외국 바이어들에게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강상철 대표가 지앤티솔루션 부스를 방문한 외국 바이어들에게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하지만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태도다. 기술이 아무리 완벽해도 사람의 행동을 바꾸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된다. 강 대표는 “사람은 AI가 아니기에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술이 직접 사람을 보고, 판단하고, 때로는 개입할 수 있어야 하므로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기술의 진입장벽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정말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며 “제품을 처음 내놓을 당시에는 관련 기준이나 인증 제도조차 없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설명하고, 입증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직접 평가 기준을 만들고, 관련 부처를 설득하고, 모든 걸 처음부터 준비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유리창을 깨며 나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도 강 대표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는 생각에 흔들리지 않았다. 기술이 기능을 넘어서 제도와 정책을 움직이고, 사회를 바꾸려면 결국 사람을 향한 시선이 필요하다.

다음 목표는 더 분명하다. 기술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마침 내년에 ‘2026 강릉 ITS 세계대회’가 열린다. 그는 이번 총회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강 대표는 “ITS에 오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은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며 “그런 도시, 그런 국가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 기술이 성공하려면 정부, 공공기관, 그리고 시민의 수용성이 함께해야 한다. 준비를 마쳤고, 이제 확산의 시간”이라며 기술이 제 역할을 하려면 사회 전체의 공감과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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