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제공=금호타이어>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내 타이어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가 잇따른 실적부진과 매각 이슈, 노사 갈등 장기화 등의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3위 넥센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 매출만 놓고 따지면 넥센타이어가 업계 2위에 올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금호타이어의 시름은 깊어 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7101억원, 영업이익은 95억원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은 1.3%다.

노조가 최장기 파업을 벌이자 이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던 2015년 3분기보다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매출 7448억원, 영업이익 407억원을 달성했던 2분기에 비해선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역대 최대 연간실적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에서 금호타이어를 제치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넥센타이어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은 4702억원, 영업이익은 6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억원 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5% 늘었다.

넥센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13.9%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률과 약 10.7배 가량 차이가 난다.

또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금호타이어가 653억원, 넥센타이어가 1928억원으로 이미 넥센타이어가 약 3배 정도 앞선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 중 하나로는 금호타이어의 매출 가운데 국내 신차용 타이어(OE)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35~40%에 달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올해 3분기는 국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파업 장기화로 자동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높은 의존도를 보였던 금호타이어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쟁 업체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OE 매출 비율은 각각 28%와 23%다.

매년 되풀이되는 강성노조와의 잇따른 마찰도 금호타이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 제16차 본교섭에 들어갔지만 결국 결렬됐다.

노사는 이날 임금 인상률 등의 쟁점 사항을 논의했지만, 노조가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결렬을 선언한 것. 노사는 지난 6월 21일 상견례 이후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5.16% 정률 인상 ▲2015년 성과배분 및 올 성과금 최저 보장 ▲매각시 고용보장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 인상(수당의 기본급화 협의) ▲2015년 경영실적 적자로 인한 성과금 지급 불가 ▲올 성과금 연말 경영실적 기준 결정 ▲임금피크제 만58세부터 만61세까지 매년 기본급 10% 감액(만57세 12월 기본급 기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매각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어수선한 분위기다. 2003년 금호산업에서 분사해 신설 법인으로 탄생한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010년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지배주주가 됐고 꾸준한 관리 덕에 2014년에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도 했다.

지난 9일 마감된 금호타이어 인수 예비입찰에는 총 10곳이 참여했지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적격 인수 후보(쇼트리스트)로 링룽타이어와 아폴로타이어, 중국 화학업체 시노켐, 중국 항공부품업체 상하이에어로스페이스인더스트리(SAI) 등 다섯 곳을 선정해 개별 통보했다.

매각 대상은 금호타이어 지분 42.01%(약 7100억원)로,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가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해외업체에 매각되면 국내 투자 비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한국공장은 단순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평균 6380만원의 연봉을 직원들에게 지불했던 금호타이어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의 동남아 지역보다 매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인수에 성공한 해외업체가 무리해서까지 국내 시장의 높은 노동 비용을 유지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국내공장이 단순 하청기지, 혹은 단순 생산공장으로 전락하게 되면 활발히 이뤄지던 연구개발(R&D)이 급격히 위축되고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금호타이어의 국내 업계 2위 타이틀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내수 시장 매출에서는 넥센타이어가 금호타이어를 앞섰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넥센타이어는 내수는 물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시장에서는 포르쉐, 크라이슬러에 OE를 공급하면서 초고성능타이어(UHPT) 판매 비중이 각각 48%, 47%를 차지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전체 매출은 감소했지만, UHPT 판매 비중이 지난해 3분기 34%에서 53%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RE(교체용 타이어)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에만 에스카플러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AJ렌터카 등 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높은 업체들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넥센타이어 노사는 상생을 강조하며 큰 마찰 없이 꾸준히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최근 대내외적인 여러 악재에 바람잘 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내수용 OE 의존도가 높은 금호타이어는 국산차 업체들의 긴 파업으로 많은 손실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올해 금호타이어 노사간 마찰은 장기화 수순에 돌입했고 경쟁업체보다 공장 가동률이 낮아 판매가 줄어들었다"며 "반면 넥센타이어는 내수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했기 때문에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의 매출만 놓고 보면 넥센타이어가 금호타이어를 앞섰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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