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차차차 광고 영상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KB라는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자동차 시세 제공을 표방한 ‘KB차차차’도 결국 중고차 사업자를 연결시켜 주는 사이트에 불과하다.”

KB캐피탈의 중고자동차 시세 전문 사이트 'KB차차차'가 과대·허위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중고차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차차차는 TV 광고 등을 통해 '중고차 사고팔땐 단단히 확인하자, 든든한 국민시세 KB차차차'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지 않아 정확한 시세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매매사업자나 중고차 딜러들을 연결시켜주는 단순 '연계 사이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각에서는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딜러를 연결시켜주면서 할부 금융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 객관적 시세 제공 표방…시장에선 '역부족'

KB차차차는 KB캐피탈이 오랜 기간 동안 중고차 금융을 취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출시한 서비스다. KB차차차는 객관적인 중고차 시세 제공을 표방하고 있다.

론칭 당시 KB캐피탈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는 KB차차차는 이용자에게 중고차 시세 조회와 실제 매물 검색, 내차 가격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일정하지 않은 거래 가격과 허위 매물로 인한 빈번한 피해 등으로 신뢰를 잃은 중고차 시장의 자정작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공익적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중고차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시세를 제공하는 '특별한' 알고리즘을 통해 KB차차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또 기존의 중고차 거래 사이트와는 달리 중고차 매매상사들을 회원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들었다. 회원들이 각자의 매물정보를 입력하면 사전에 설계된 알고리즘을 통해 허위매물이 걸러지고 시세가 산정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매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객관적인 중고차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별성과 널리 알려진 'KB'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KB차차차를 찾았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초반 기세몰이에 한 몫 했다. KB차차차는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안정환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TV광고에 신경을 썼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KB차차차는 출시 2개월 만에 홈페이지 방문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중고차 시장의 '떠오르는 샛별'로 부상하는 듯 했다.

KB차차차가 비교 매물이 없어 시세를 제공하지 못해 허위·과대 광고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위 사진은 KB차차차 '내차팔때' 서비스 이용 장면

◆ 차량 번호 '00뿡1234'도 조회 가능…"딜러 연결 위한 꼼수"

하지만 막상 사이트를 접속해 본 소비자들은 '속았다'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최근 A씨는 자신의 2011년식 그랜저(무사고) 승용차 매매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입력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KB차차차의 '내차팔때'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 첫 번째 입력했을 때와 두 번째 입력했을 때 각각 다른 평가로 상이한 매물가격이 나왔다.

또 주행거리가 4만km를 넘지 않는데도 주행등급에서 중급 이하의 판정을 받아 예상했던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표를 받았다.

A씨는 "같은 정보를 두 번, 세 번 입력할 때마다 예상 매도가가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이 어이없다"며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4만km면 매우 좋은 등급을 받는다. 중상도 아니고 중간 이하의 등급이 나왔다는 게 의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KB차차차는 '내차팔때' 서비스로 제시된 예상 매도가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제 소비자가 차량을 판매할 경우에 대비해 일부러 낮은 예상 금액을 제시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B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2005년식 뉴스포티지(리미티드 고급형)의 중고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내차팔때'를 통해 차량정보를 입력했다.

하지만 화면에는 '조회하신 차종은 거래대수가 충분하지 않아 내차시세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실시간 문의를 하시면 KB에서 검증된 인증딜러가 답변을 드립니다'는 글이 나왔다.

B씨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홍보한 KB차차차를 막상 이용해보니 비교 가능한 매물이 없다는 이유로 시세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빛 좋은 개살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시간 문의를 하면 예상 매물가를 알 수 있을가 싶어 회원가입까지 했지만 딜러 연결을 제안했다"며 "결국은 차를 팔게하려는 요령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교하게 제작된 사이트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수로 차량번호를 잘 못 입력한 C씨는 사실여부와 관련없이 정보 입력창이 가동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C씨는 가짜로 조작한 차량번호와 정보를 입력해 봤지만 별다른 제재 없이 서비스가 이어지면서 딜러와 연결을 원하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기자는 현재 차량번호에 사용되지 않는 '추', '빠', '몽' 등을 넣어 내차팔때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큰 무리없이 예상 매도가를 제공 받았고 시세 제공과 함께 '매입가능 보장딜러'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다.

C씨는 "정확한 시세를 제공하기보다 중고차 사업자와 연결시켜주는 것에 최종 목적으로 둔 셈"이라고 분노했다.

KB차차차가 소비가에게 정확한 매입가격을 제공하기보다 딜러를 연계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 사진은 KB차차차 '내차팔때' 서비스 이용 장면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TV 광고 속 내용을 보면 '내차 가격을 알아보라'고 해 놓고 결국 매매사업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KB라는 그럴듯 한 브랜드를 활용해 자사의 이익이라는 불순한 목적으로 중고차 딜러를 동원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KB차차차는 공익 서비스라고 강조하면서 몸값 비싼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뽑는 등 앞뒤가 안 맞는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결국은 딜러를 연계해주고 KB캐피탈을 홍보하도록 해 할부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자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 "인터넷 기입 정보만으론 시세 산정 불가능"

당초 인터넷 상으로 기입된 정보만 가지고 중고차 시세를 알려주겠다는 KB차차차의 발상 자체가 의심스러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를 사고 팔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매물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라며 "아무리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많은 변수들까지 반영하는 것은 무리다"며 "경쟁업체만 봐도 소비자가 제공한 차량정보를 10~20명의 딜러들에게 보내 비교분석한 뒤 예상 매도가를 도출해 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평가작업 없이 어떤 기준으로 가감이 이뤄지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KB차차차에 의구심을 품기보다 KB캐피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KB캐피탈은 중고차 금융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미 신차 할부시장과 리스시장은 은행과 카드사들의 진입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새로운 먹거리를 키우는 것이 시급했다.

KB캐피탈은 중고차 금융시장을 미래의 수익 창출원으로 낙점하고 시장 선점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타 금융사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차별화 전략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다.

이에 KB캐피탈은 중고차 시장의 선순환 등 공익성을 내세운 'KB차차차'를 선보여 자연스럽게 KB캐피탈 금융서비스 이용자를 늘리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차차차를 통한 중고차 거래가 증가할수록 KB캐피탈의 중고차 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결론적으로 모기업인 KB캐피탈의 배를 불리기 위해 KB차차차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차살때, 내차팔때 서비스 등을 통해 좋은 가격의 좋은 매물과 매수가를 제시하고 정확한 매도가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기보다 딜러 연결에 급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KB차차차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모든 차량의 시세를 제공할 순 없다"며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드리기 위해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차량을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분석한다. 오래되거나 희귀한 차종은 비교대상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세를 넣지 않고 별도 문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고객이 조작된 정보를 기입하더라도 실제 중고차를 팔 때 인증된 딜러가 다시 한 번 추가 확인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같은 정보를 입력했는데 다른 매도가가 나온다는 내용은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KB차차차는 KB캐피탈의 브랜드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며 "중고차 시세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KB캐피탈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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