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비자카드(VISA)가 내년부터 한국만 해외이용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국내 카드사와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에 강력 항의하는 한편, 다른 카드 해외 브랜드와 제휴를 확대해 독자적 해외 결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며 이에 맞서고 있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며 비자카드는 지난 5월 국내 카드사들에 내국인의 해외 이용 수수료를 0.1%포인트 올린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해외 여행지·쇼핑몰에서 비자 마크가 찍힌 카드를 통해서 100만원 결제시 소비자가 내야 할 해외 결제 수수료는 기존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일방적 수수료 인상 결정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면서 법무법인을 통해 공정거래위에 비자카드를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미국 본사를 항의 방문할 뜻도 밝히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지난 1분기(1~3월) 기준 브랜드사별 해외 카드 이용 금액을 살펴보면, 비자카드가 단연 압도적이다. 비중이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브랜드 없이도 해외 사용이 가능토록 카드 결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달러화로만 결제가 이뤄져 어쩔 수 없이 글로벌 카드 브랜드(비자, 마스터 등)의 결제망을 거쳐야했던 스마트폰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스토어에 BC브랜드가 붙은 카드의 원화결제지원에 나서고 있다. 원화 결제가 가능케 될 경우 기존에 지불한 해외이용 수수료는 면제된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2014년 일본 NTT그룹 자회사이자 결제대행사인 NTT데이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3월부터 일본 내에선 ‘비자’나 ‘마스터’ 브랜드가 붙지 않은 신한 국내전용카드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졌다. 나아가 신한카드는 NTT데이터 가맹점 망을 다른 국내 카드사와도 공유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비씨카드가 지난 2011년 출시한 ‘비씨글로벌카드’는 수수료 없이 해외에서 사용 가능하다. 디스커버리의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이 카드는 5년 만에 900만장 가량이 발급됐다. 해외 직구 등 온라인 쇼핑에 편리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비씨글로벌카드는 젊은 소비자들이 주 고객층이다. 다만 오프라인 결제엔 지역에 따른 제약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비자카드가 오래 전 맺은 계약관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밀어붙이기 횡포를 부려온 것은 옳지 않으니 이를 시정해 달라는 의미로 국내 카드업계가 비자카드에 대한 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다양한 결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비자카드가 처음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던 시점은 지난 2009년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에 항의 서한을 보내며 크게 반발했다. 소비자단체들도 “글로벌 기업의 횡포다”며 불매운동을 불사한다고 나섰다. 결국, 이같은 카드사와 소비자들의 반발에 비자카드는 수수료 인상 계획을 취소한바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 역시 “비자카드가 한국 카드시장을 ‘봉’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국 중 비자카드가 수수료인상을 발표한 곳은 한국뿐이다. 이는 국제카드 브랜드사인 ‘유니온페이’를 보유한 중국과 ‘JCB’가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엔 국제 카드 브랜드사가 없기 때문에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중국과 일본에서도 내년 중 수수료 인상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지만, 구체적 인상안을 확정한 곳은 한국 뿐으로 이는 엄연한 글로벌 기업의 갑질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11년부터 비씨카드는 유니온페이 등 다른 국제 결제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카드에 매년 5만달러 씩 과태료를 물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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