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5시54분께 강원 평창군 용평면 봉평터널 입구 인천방면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 5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제공=강원지방경찰청 >

[이뉴스투데이 이상민·이세정 기자] "그 어떤 승용차라도 대형차나 덤프에 치이면 그냥 즉사"-닉네임 으라*(네이버)

"제발 고속버스 및 대형차들 고속도로 속도제한부터 1차선 주행 관련한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형차들 앞에서 움직이는 거 보면 가슴 철렁할 때 많다"-백진*(페이스북)

"앞으로는 운전할 때 앞 뒤 버스나 트럭 있으면 피해 다녀야겠어...무섭다ㅜ내가 조심한다고 사고 안나는 게 아냐..."-hotpi****( 트위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 '대형차' 때문에 운전대를 잡기 무섭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내가 조심하더라도 대형차와 부딪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5중 추돌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숨지고, 37명의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면서부터다.

◆ ‘속도제한장치’ 무용지물

이번 사고의 원인은 다름 아닌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었다.

강원도 평창경찰서 등에 따르면 관광버스 운전기사 방모(57)씨는 "졸음 때문에 멍한 상태로 1차로를 달리다가 차가 멈춰 있는 것을 진행 중으로 착각해 그대로 달렸다"고 진술했다.

방씨는 지난 2014년 세번의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면허재취득 제한기간(2년)이 경과된 이후인 지난 3월 대형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했다.

방씨는 사고 전날 폐교를 개조한 숙소 대신, 버스안에서 쪽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 중과실 치사상) 위반 등의 혐의로 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대형차 공포'가 극대화 되고 있는 이유로는 대형차의 경우, 승용차를 압도하는 크기와 무거운 적재중량 때문에 단순 충돌에도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할 확류이 높은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승용차가 대형차와 충돌했을 때 받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에서 36인승 이상 버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149건 발생했다. 사고에 따른 사상자는 769명 이었다. 같은 기간 승용차 사고는 2913건, 사상자는 7140명이었다.

버스사고 1건당 사상자는 5.23명으로, 승용차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졸음과 과로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운행 제한시간을 두는 등 엄격한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과속과 지정차로 운행, 안전거리 준수 여부 등을 단속하는 동시에, 속도 제한장치를 달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대형차의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3년 8월 이후 생산된 3.5톤 이상 화물·특수차 등에 속도제한장치를 달게 의무화한 바 있다. 속도 제한 장치를 장착한 화물·특수차는 시속 90㎞ 이상, 승합차는 시속 110㎞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차량을 불법개조하거나 단속기를 제거한 대형차가 많아 유명무실한 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운전자에게 임박한 충돌에 대한 경고를 주며 위급 비상상황시에는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긴급제동 시스템' <사진제공=만트럭>

◆ 안전운행 대책 시급

직장인 한모씨는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이나 버스같은 대형차량이 보이면 나도모르게 몸이 움츠려 든다”면서 “가급적이면 떨어져서 운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4건 중 1건은 관광버스나 화물차 같은 대형차와 연관이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 기준으로 승용차 제동거리는 49미터, 4.5톤은 2배로 늘어나고 2~30톤짜리 대형 차량은 더 길어진다.

실제로 화물차의 경우, 짐이 많이 실릴 경우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가속이 붙기 때문에 멈추기 힘들다.

이처럼 끔찍한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건 “설마, 아무일 없을거야”와 같은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 후진적인 교통문화, 구멍 뚫린 느슨한 법규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대형차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일정 거리 안에 다른 차량이 포착되면 경보음이 울리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시스템이 도입했다.

실제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장착할 경우 충돌 사고를 40%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의 과로로 인한 사고에도 소홀할 수 없다. 이미 미국·호주·유럽 국가들은 ‘운전시간 제한 제도’를 통해 대형차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있다.

독일은 매일 9시간 이상 운행을 금지하고, 4시간 반 운행한 뒤에는 반드시 45분 동안 휴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차량에 디지털 운행기록계(Digital Tachograph) 장착을 의무화하고, 경찰이 불시 단속을 벌여 기록계에 저장된 차량의 운행 거리, 시간 등이 법 기준을 어겼을 경우 고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형화물차량이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시속 90km를 넘길 수 없도록 한다.
 
교통사고의 90%는 운전자 과실에 따른 것으로, 졸음·과로·음주·난폭 운전 예방과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차량 제작 단계부터 안전 기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7년부터 차체가 11m를 넘는 승합차와 총중량 20톤 이상 화물·특수차에 대해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부착을 의무화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규제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신차가 아닌 기존 모델 승합차는 2018년, 화물차는 2019년에나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버스, 트럭과 같은 대형차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만큼 관성도 크다”며 “소형차 입장에서는 대형차량의 돌진을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운전자의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반복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또 선진국의 경우 피치 못 할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제동장치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도 비상제동장치 관련 기술 개발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 혹은 내후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며 “빠른 시일 내에 비상제동장치 장착 의무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사고를 낸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시속 105km의 속도로 주행 중에 전방에 차량이 있음에도 불구,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경찰은 졸음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공단은 2개월 전부터 화물차나 버스와 같은 대형차량에 대해 전방추돌감지장치, 차선이탈방지 등 두가지 첨단 장치 보급을 활성화 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9월 중으로 (첨단기술 장치 보급)업체가 선정되면 3개월씩 총 3차에 걸쳐 시범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시범운영의 성과가 있을 경우 무료 보급과 함께 장치를 다는 운전자에 한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혜택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계획서 검토는 끝난 상황으로, 공단은 한국도로공사, 전국화물차협동조합 등 관련 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