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중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 벗고 나선 커피믹스 사업이 큰 폭의 적자를 보이며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30년치 로열티를 해외 본사에 선지급 한 것으로 나타나 큰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4년 1월 27일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와 손을 잡고 합작사 ‘롯데네슬레코리아’를 만들었다고 공시했다.

당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합작사 논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2년 스위스를 방문해 네슬레 최고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국내 최대의 유통기업이고 '펩시코'나 '델몬트'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제휴 관계를 맺거나 벨기에 초콜릿 회사인 '길리안'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해온 점을 강조하며 네슬레 측에 사업 제휴를 제안했다. 네슬레 측도 이 자리에서 바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부터 롯데그룹은 네슬레와 사업 제휴 방안을 여러모로 모색했다.

여기에 롯데푸드는 2014년 한국네슬레코리아를 인수하자마자 30년 동안 내야할 로열티의 절반을 선지급해 스위스 본사의 지갑을 미리 두둑이 채워줬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2014년 향후 30년간 기술도입료의 50%에 해당하는 408억원을 선지급했다.

영업손실을 계속 기록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한 만큼(2012년 155억원 손실, 2013년 192억원 손실) 과감한 투자로 여겨졌지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네슬레는 1999년부터 2014년 합작사 롯데네슬레코리아 출범을 포함한 현재까지 스위스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가 최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공식 자료로 확인 가능한 기간(1999~2015년) 동안 롯데네슬레코리아에서 스위스 법인인 네슬레(Nestle S.A.) 등에 기술도입료를 지급하기 위해 빠져나간 돈은 2299억원이다.

1999년 이전 회계연도의 감사보고서는 공시돼 있지 않아 실제로 지출한 기술도입료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도입료는 기술이나 특허에 사용에 대한 비용으로 일종의 로열티다. 이 기간 동안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쓴 연도별 기술도입료는 총 1891억원이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로열티를 뺏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2011년 4085억원에서 지난해 2737억원으로 33.0%(1348억원)나 줄었다.

이에 대해 롯데네슬레코리아 측은 로열티와 관련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 30년씩이나 해외본사로 로열티를 선지급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롯데 측이) 선견지명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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