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 티저 이미지 <사진=테슬라>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테슬라의 2017년 출시 예정 신차 ‘모델3’가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를 끌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은 이를 마냥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와 충전 인프라에 대한 확신이 없고 LG화학, 삼성SDI 등 관련 업계는 옆 동네 잔치를 구경하는 꼴이 됐다.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모델3의 주문량은 예약판매 개시 이틀 만에 27만6000대를 기록했다.

엘론 머스크는 이에 따라 생산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해 주문량이 테슬라의 생산 능력을 넘어서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모델3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1억원을 호가하던 테슬라의 기존 모델 대비 절반 수준인 차량가격과 비약적으로 늘어난 주행거리로 지지부진했던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테슬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기차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깬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경제성만을 중시해 작고 힘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해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여온 것이다.

모델3는 이 같은 테슬라의 고성능 전기차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기존에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꼽히던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모델이다. 모델3의 가격대는 한화 약 4000만~6900만원 수준이며 1회 충전 주행거리 346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 6초의 성능과 자율주행 기능까지 갖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경쟁력을 갖춘 모델3가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선도한 것처럼 본격적인 전기차 상용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2017년 말 출시 예정으로 실제 판매까지 2년 가까이 남았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주문이 폭주하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 “보조금 대상이 아니라니”… 정부의 ‘미온적’ 태도

'모델3' 티저 영상 캡처 이미지

테슬라가 모델3 예약판매를 개시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주문을 넣은 소비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뗬다. SNS에는 자신 또는 지인이 모델3를 예약했다는 ‘인증’ 게시물들이 연달아 게시됐다. 이 중에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얼리 어답터’부터 ‘일반적’ 성향까지 다양한 성향의 구매 희망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부분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모델3가 해당되는 지 여부와 국내 충전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었다.

아직 전기차 충전 시설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적은 우리나라에서 충전에 관한 문제도 남아있지만 다수의 소비자는 충전 규격 등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해결될 것으로 보고 차량 구매의 가장 큰 부담을 덜어줄 보조금 지급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차량 보조금 1200만원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로 300~8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도 환경부에서 지원하며 취득세, 개별소비세 등 최대 400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이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은 완속충전 기준 충전시간이 10시간 안쪽이어야 하며 테슬라 모델3도 충전시간 9시간으로 이를 만족한다. 올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전기차는 기아 ‘레이 EV’·‘소울 EV’, 현대 ‘아이오닉’·‘라보 피스’, 르노삼성 ‘SM3 Z.E.’, 쉐보레 ‘스파크 EV’, BMW ‘i3’, 닛산 ‘리프’ 등 8종이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모델3를 실제 2000만원 수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주문을 감행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델3에 대한 지원을 확답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직 구체적인 생산 또는 국내 판매 계획도 잡히지 않은 모델에 대해 지원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모델3의 국내 출시 시기나 생산 공장에 대해 알려지지 않아 (보조금) 대상 차량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조금 지원에서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2년 후 출시 시점에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은 “정부가 아직 전기차 후발주자인 현대차를 보호하려는 듯 하다”, “모델3의 주문량이 폭발하자 깜짝 놀란 정부가 일단 손사래를 치는 것”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진의와 배경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관계부처와 지자체 주최로 ‘전기차 엑스포’ 등을 개최하며 적극적인 전기차 홍보에 나서고 있는 정부가 강력한 외산 전기차의 ‘급습’에 국내 업계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 LG화학·삼성SDI의 ‘쓴웃음’

국내 배터리 업계도 테슬라의 모델3 열풍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 공급 업체로 파나소닉이 테슬라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점유율 35.9%로 세계 1위인 파나소닉은 2008년부터 테슬라의 ‘로드스터’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한 이후 고급 세단 ‘모델S’ 등까지 도맡으며 관계를 이어왔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양사를 합쳐도 17.7%로 파나소닉의 절반 수준이다.

2015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출하량 실적 <출처=SNE리서치>

LG화학도 지난해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교체형 RE 배터리에 대한 것으로 테슬라 신차에 들어가는 신차용 OE 배터리 공급은 아니었다.

게다가 파나소닉은 5조원을 투자해 테슬라와 공동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Gigafactory)’를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차 50만대분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으로 LG화학 등이 파나소닉을 제치고 테슬라의 주 공급선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시 말해 국내 기업들이 북미 전기차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기업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상승세를 손 놓고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1~4위 중 일본 3개 기업 사이에 중국 BYD가 당당히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중국 업체들의 상승세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부담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상위 10개 기업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2014년 우리나라(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가 16.9%로 6.3%인 중국을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이 18%로 17.7%의 우리나라를 제쳤다. 일본 기업들은 2014년 76.8%에서 지난해 64.3%로 중국에 점유율을 넘겨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정책과 자본력, 원자재 수급 능력 등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며,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배터리 비중이 큰 삼성SDI보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는 LG화학의 경우 일본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태로 고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배터리 산업에서 업체 간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국내 기업을 괴롭게 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처럼 국내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발 주자를 따돌리고 선두를 추월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의 가장 주된 지표 중 하나는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다. 배터리 용량과 차량의 무게, 에너지 효율 등이 종합된 결과지만 소비자들에게 가장 직관적인 지표로 통한다.

파나소닉이 모델3에 공급하는 배터리의 경우 1회 충전에 346km 주행이 가능해 국내에 시판되는 대다수의 전기차가 머물고 있는 100~200km 수준을 상회한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구매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기업들도 300km 이상 주행거리 확보한 배터리를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반대로 배터리 기술력 평준화로 이미 선점당한 시장을 빼앗아 오기도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마트카, 커넥티트카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국내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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