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이 끝나고 열린 기자감담회에서 (왼쪽부터)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바시스 CEO, 데이비드 실버 박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구글>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면서 인공지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9일, 10일, 12일 차례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2·3국에서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로 불리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연달아 불계패를 당하며 많은 이들에게 안겨준 ‘충격’은 이번 승리로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이벤트 전부터 승리를 자신하던 이세돌 9단이 첫 대국에서 알파고의 변칙적인 수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으면서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환호했고 바둑계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예상 밖의 결과에 당황했다.

이어진 두 차례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연달아 승리를 거두면서 인공지능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은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을 우려하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고 일각에서는 인간의 ‘직관’마저 넘어서는 기계의 능력에 일종의 박탈감마저 호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13일 4국에서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이 거둔 승리는 이 같은 공포심을 불식시키며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특히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마저 받으며 기존 상식을 깨는 바둑 실력을 보여준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 기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날 백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지난 경기에서 알파고의 패턴을 어느 정도 인지한 듯 침착한 태도로 대국에 임했다.

이전과 달리 알파고의 변칙적인 수에 말려들기보다 바둑판을 넓게 쓰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실리적인’ 바둑을 뒀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지며 상대를 흔들다가 결국 180수만에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특히 이세돌 9단의 지속적인 공략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위기에 있던 알파고가 실수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던 모습은 ‘오류’를 일으키는 기계의 불완전성으로 평가된다.

반면, 인간의 신경망을 모사한 알파고가 기계학습 방법론인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훈련을 거쳐 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승리는 단편적인 결과로 남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10의 170승이나 되는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이라는 게임에서 아직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충분히 정밀하지 못했을 뿐 이미 충분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측에서는 이번 결과를 ‘패배’보다는 유의미한 ‘테스트 성과’로 보는 분위기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세돌 9단은 오늘 알파고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현명한 경기 운영에 압박을 받아 몇몇 실수를 범했다”며 “우리는 알파고의 한계를 알고 싶었고 오늘 그 한계를 확실히 확인했다. 마지막 경기도 무척 기대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알파고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박사도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고 자가경기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므로 언제 어디서 허점이 생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강력한 상대가 알파고를 한계까지 밀어붙여 허점에 빠지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내부 평가만으로는 약점을 찾기가 어려우며 이세돌 9단 같은 창의적인 천재만이 더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앞으로 인간의 두뇌를 모사해 바둑 뿐 아닌 다양한 분야에 ‘범용 인공지능(AGI)’을 융합한다는 목표를 가진 구글에게 이번 ‘알파고 이벤트’는 성과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한층 고차원적인 인공지능 개발의 양분이 될 '베타 테스트'인 것이다.

‘알파고 쇼크’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우리나라 바둑계에서는 구글이 알파고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다며 항의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일부 인사는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한 컴퓨팅 파워를 공급받는 알파고와의 이번 대결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게임을 ‘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지난 11일 KAIST에서 진행된 데미스 하사비스의 강연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일종의 ‘도구(tool)’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도구를 인간이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이번 ‘알파고 이벤트’가 던져주는 시사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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