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애

[이뉴스투데이 안성찬 골프전문기자]안하자니 불안하고, 하자니 톱스타가 없고. 기온이 좀 더 뚝 떨어지면 골프계도 ‘스토브 리그(stove league)’를 시작한다. 

스토브리그는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의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영입과 연봉협상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정식명칭은 ‘오프-시즌 딜(off-season deal)’ 또는 ‘윈터 에퀴지션(winter-acquisition)’이다.

스토브 리그는 겨울철 선수 영입과 연봉협상에 나서는 시기에 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모여 선수의 소식 등을 이야기하면서 흥분하는 모습이 마치 실제의 경기를 보는 것 같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전미 최대 스포츠, 미식축구(美式蹴球·American football)의 빅 이벤트 영화 ‘드래프트 데이’보다는 덜 긴장되지만 선수들은 ‘1년 농사’를 마치는 겨울이 되면 희비가 엇갈린다. 성적이 좋으면 보다 좋은 조건에 스폰서 계약을 할 수 있지만 성적이 나쁘면 걱정이 태산이다. 비단 선수뿐 아니다. 스폰서를 맡은 기업들은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울고, 웃는다. 

올 한해는 어떤 기업이 신바람이 났을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경기를 펼친 박인비(27)를 보유한 KB금융그룹과 전인지(21)가 속한 하이트진로가 활짝 웃었다. BC카드도 나름대로 미소를 지었다. 이와 달리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한 한화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용품업체 중에는 캘러웨이골프가 리디아 고(18·캘러웨이)로 인해 신바람이 났다. 또한 국내 KLPGA 마지막 대회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 최혜정(24)이 메인스폰서 없이 캘러웨이 모자를 쓰고 우승해 방점을 찍었다. 

미래에셋도 김세영(22)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왕을 차지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구업체 중 유일하게 골프선수를 지원하고 남자 대회를 주최하는 가구전문기업 넵스 역시 박성현(22)과 고진영(20)의 대활약으로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골프는 유독 우승자만을 기억하는 묘한 스포스다. 이 때문에 2위를 아무리 많이 해도 별로 기억하는 팬들이 없다.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가 올 시즌 우승없이 준우승만 여섯 번 하며 팬들로부터 멀어졌다.

박인비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자체 발광’으로 빛났다. 여기에 국내파 전인지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한데 이어 최저타수상인 베어트로피를 수상하며 LPGA 명예의 전당 가입자격 요건을 갖췄다. 내년에 입회한다. 특히 KB금융그룹은 대회를 주최, 박인비 덕으로 엄청난 갤러리가 모여들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오지현(19)이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KB금융그룹의 국내 체면을 살렸다.

리디아 고는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차지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메이저대회를 동시 석권한 유일한 선수인 전인지는 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미국에 ‘무혈입성’한다.

5명의 선수로 구성된 비씨카드는 이정민이 3승, 장하나(23)가 2승, 김혜윤이 1승을 달성하며 6승을 합작하며 만족해했다.

롯데도 김효주가 JTBC 파운더스컵에서 1승을 올리는데 그쳐 김세영에게 신인상을 내줘 빛을 바랬다. 김세영은 롯데가 주최한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박인비를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이겨 미래에셋을 전세계에 알렸다.

볼빅은 이미향(22), 이일희(27), 최운정(25) 등 13명의 선수를 메인으로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LPGA 투어에서 최운정만이 유일하게 우승컵을 안았다.  

하이원리조트는 조윤지(24)와 박지영(19)의 덕을 봤다. 조윤지가 신설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에 이어 LF포인트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것. 여기에 박지영(19)이 우승없이 KLPGA 신인상을 확정하며 하이원리조트를 알리는데 힘을 보탰다.

단 1명의 선수만 후원하는 해운대골프앤리조트도 마찬가지. 인기를 끈 ‘섹시미녀’ 안신애(25)가 국내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데다 ADT캡스 골프대회를 유치하며 골퍼들에게 엄청난 홍보효과를 올렸다. 

전인지
전인지

 

한화는 김인경(25), 윤채영(28), 지은희(29), 이민영(23) 등 16명의 선수를 후원한다. 골프단 형태로 운영하는 한화는 2개월간 미국에서 진행되는 전지훈련 비용을 지원하며 전용 휘트니스 차량도 운행한다. 계약금 외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년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이 없다.

대방건설은 6명, 요진건설은 4명, 호반건설은 3명의 1부 투어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요진건설만이 1승을 올렸다. ‘베테랑’ 김보경(29)이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대방건설과 호반건설은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서하경(22)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에이스를 잡으며 약 2억원대의 역대 최고가 홀인원 경품인 BMW i8을 받아 대방건설의 알리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NH투자증권은 국가대표 출신의 대어 박결(19)을 영입했지만 우승 없이 한해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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