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붕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오너 가(家)의 잇따른 구설수로 대한항공이 ‘날개 없는 위험한 비행’을 계속 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04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 청탁을 받고 문 의원의 처남을 취업시켜준 혐의로 1일 서울남부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18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은 다음날인 오늘(2일) 새벽 3시께 귀가했다.

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때문에 지난 2월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또다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자식 때문에 고개를 숙였던 모습이 국민들의 기억속에서 채 지워지기도, 이번에는 본인 일로 또다시 검찰에 출석하게 된 셈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국적항공사로서의 체면도 땅에 떨어졌다.

밤샘조사를 받고 서울남부지검을 나오던 조 회장은 "문희상 의원으로부터 직접 처남의 취업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2004년에 브리지 웨어하우스 관계자들과 아는 사이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만 답했다.

아울러 그는 조사 시간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답하다 보니 늦어진 것 같다"고 했으며, 문 의원 처남이 취직한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진해운과의 관계일 뿐,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문희상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2일 새벽 3시께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18시간동안 조사를 받은 후 지친모습으로 청사를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2004년 고교 선배인 문희상 의원의 부탁으로 그의 처남을 미국 회사인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컨설턴트로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의 컨테이너 수리업체로, 문 의원 처남은 이곳에서 실제 근무도 하지도 않았지만 2012년까지 74만7000달러(약 8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의 미국 주소는 한진해운 국제터미널과 같은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의 한진로드 301'로 돼 있어 한진그룹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실제로 문 의원의 청탁을 받고 그의 처남을 취업시켜줬는지, 그가 일하지도 않았는데 보수를 지급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내일(3일) 청탁의혹 당사자인 문희상 의원을 출석시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설상가상으로 조양호 회장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서야 할 처지에도 놓일 수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가 일명 '학교 옆 호텔법'으로 논란이 된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땅콩회항' 사건의 진상추궁을 위해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지를 놓고 여야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교문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여야간 의견 충돌로 결정을 못하고 추후 다시 협의키로 했다.

특히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조양호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유기홍 의원은 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으려는 여권 일각의 움직임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1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새누리당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증인 채택을 막는 건 국정감사 방해행위이자 재벌을 비호하는 것"이라며 "특정재벌을 비호하기 위해 증인채택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얼마 전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 송현동 호텔 건립을 포기하고 한류 랜드마크를 건설한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대한항공은 향후 호텔 건립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정반대의 발언을 했다"며 "조 회장이 국회에 나와 호텔 건립 여부에 대해 분명하게 답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중부교육청과 대법원은 학교 주변 교육환경의 훼손을 우려해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을 불허한 바 있다"며 "대한항공이 책임 있는 대기업이라면 학교 주변 교육환경 보호제도를 근본적으로 흔들면서 자사의 이익을 도모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자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대한항공은 박근혜 정부의 비호 속에 호텔 건립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학교 앞 호텔 건립이 무슨 경제회복의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관광진흥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당장은 호텔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법 개정 꼼수를 통해 호텔을 추진한다는 우려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날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은 조 회장 증인 채택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국회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조 회장의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작년 말부터 바람 잘 날 없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서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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