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선 강탈자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

[이뉴스투데이 편도욱 기자] 연비 나쁘고 엔진소리 시끄럽고 비슷한 가격대에 남들 다 있는 편의 장비도 탑재돼 있지 않고 운전 하기도 힘든데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가진 자동차,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은 차를 보는 순간 잠재돼 있는 내면에 야성성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마성을 가졌다.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의 이같은 마성은 수많은 변주를 거쳐 도시에 적합한 차종으로 변화된 SUV 트렌드를 역행, 오직 오프로드를 타기 위해 만들어진 정통 지프 DNA를 고집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프의 시조인 윌리스 지프로부터 이어져 온 동그란 헤드램프와 7개의 수직그릴은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이 오랜 변주와 변종 SUV 사이에서 살아남은 지프의 적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없이 투박한 뒷태와 단순한 디자인은 오프로드 뿐만 아니라 도시의 온로드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17인치 미네랄 그레이 투톤 휠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중한 중량감은 도로 위에 달리는 다른 SUV 차량들을 순식간에 초식동물처럼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나쁜 남자를 만나면 인생이 피곤해지듯이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을 만나면 불편함은 한없이 늘어난다. 특히 차체 높이 때문에 웬만한 롱다리가 아니고서는 차를 타기 위해선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후배 기자는 행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을 타다가 바지가 찢어지는 곤욕을 치뤘다.    

 

직계 오프로더를 만나기 위해서는 승차감은 진작에 포기해야 하는 항목 1순위다. 노면을 그대로 느껴야만 하는 오프로더의 특성상 도로 위 자갈 하나도 거침없이 느껴지게 만드는 정직한 주행을 감내해야 한다. 고속으로 갈 수록 풍절음과 소음은 심해진다.     

 

클립을 하나하나 조작해 운전석 조수석 리어 부분을 각각 나눠 탈부착해야지만 루프를 떼내고 붙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혼자서 루프를 탈부착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기를 권한다. 

 

7개 스피커에서 발산되는 인피니티(Infinity)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의 음향을 단숨에 지워버리는 강력한 엔진 소음도 귀를 거슬리게 한다.

 

하지만 이같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은 오프로드 뿐만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매료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고조로 올린 음향 사운드를 지워버리는 강력한 엔진음을 들을 때 심장박동이 순식간에 증가하면서 느껴지는 쾌감은 이차의 모든 단점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야수가 먹이감을 쫓는 듯한 느낌으로 12시가 넘는 시간에 올림픽도로를 거쳐 여의도와 강동구 명일동 총 25.21km 구간을 왕복했다.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의 2.8ℓ CRD 디젤 엔진은 초기 가속을 약하지만 이후에는 2.1톤의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하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했다. 연비는 공인연비인 9.2km/ℓ(복합 연비 기준) 수준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