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종은 기자= 지난 2004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에서 근무해 오던 박지연씨(23, 여)가 지난달 31일 백혈병으로 숨진 이후 근무환경과 관련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회사측의 대응이 과거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변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직원들에게서 발생한 백혈병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기관들과 공동으로 작업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인 조수인 사장은 15일 경기도 용인의 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생산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 학술단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벌여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또 백혈병으로 사망한 전 직원들의 유족 측이 공신력 있는 기관을 추천하면 컨소시엄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유족에 대한 생산라인 공개도 "적당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보건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삼성전자 건강연구소'를 최근 출범시켰다고 소개했다.

그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 근무했던 직원들 가운데 지난 13년간 22명에게서 백혈병 및 림프종이 발병하고 이 중 10명이 숨지자(삼성전자 집계) 노동계와 의료계 등에서는 반도체 생산공정이나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에 발암성이 있는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2004년부터 반도체 생산라인에 근무하다 2007년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박지연(23) 씨가 숨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삼성전자의 이날 반도체 생산라인 공개는 산업안전공단 등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계속 번질 조짐을 보이자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간 백혈병 문제를 제기해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발병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 안전성에 대해서는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는 발암물질로 거론됐던 납땜 장소의 연기에 대해 "납땜이 잘 되도록 송진을 태우면서 나오는 가스"라며 "그것도 국소배기장치(포집된 오염물을 걸러내는 장치)를 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조사과정에서 검출된 것으로 전해진 벤젠 성분에 대해서는 "관리기준(1ppm)을 넘지 않았으며 공기 중에서 노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이밖에 에틸린글리콜 등 여타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생산직 여직원들의 유산이나 생리불순 등 여성질환 발생에 대해서도 "2008년 역학조사 당시 통계를 분석한 결과 보통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재조사가 이뤄지더라도 환자가 집중 발생한 1∼3라인이 다른 공정으로 전환돼 심층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조 사장은 "현재 3라인 설비를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다"며 당시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명회 뒤 5라인과 S1라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산라인 공개 행사에는 국내외 언론매체 소속 기자 8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신설비만 공개했을 뿐이고, 가스와 유기용제 사고가 자주 일어났으며 회사는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삼선전자 전직 직원의 증언이 모 언론에 실리는 등 문제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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