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사들이 잇달아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엔데믹 후 찾아온 불황이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게임사들이 잇달아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엔데믹 후 찾아온 불황이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게임 업계의 한파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팬데믹 특수가 끝나며 다가온 불황이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인력 물갈이’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평균 1억원을 찍었던 게임업계의 연봉이 예전 같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한때 개발자 영입 경쟁으로 연봉 인상 릴레이가 나타났던 게임사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 미만으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2022년 기준 평균 1억3800만원으로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높았던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98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한때 개발자 영입 경쟁으로 직원 연봉을 1000만원 상당 일괄 인상하기도 했던 게임 업계가 웅크린 배경에는 높아진 인건비 부담이 있다. 특히 팬데믹 후 불황이 이유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성장세를 이어 온 국내 게임 시장이 지난해 19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게임 유저가 증가함에 따라 특수를 맞은 게임사들이 인재 영입전을 펼치면서 연봉 상향평준화가 일어났었다”면서 “그러나 엔데믹 국면에 돌입한 후 업계가 시들해졌고 이전에 끝없이 올라갔던 연봉이 문제가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향평준화된 연봉과 업계 불황이 맞물려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주요 게임사로 불리는 ‘3N’조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트릭스터M’을 개발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소속 직원 7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법인을 지난달 15일부로 정리했다. ‘넷마블에프앤씨’도 올해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약 70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중단 수순을 밟고 있다. 

‘1N’으로 거듭난 ‘넥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초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게임은 과감히 접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 중이던 PC 팀 대전 액션 신작 ‘웨이크러너’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팀’를 통해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저조한 반응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령탑을 교체하며 경영쇄신에 나선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기업은 최근 돌연 대표 교체를 알린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고속 성장을 주도했던 장현국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박관호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12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위기 탈출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조계현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라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CS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또 ‘데브시스터즈’는 기존 김종흔·이지훈 공동대표 체제에서 조길현 CEO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와 함께 배형욱 CBO, 이은지 CIPO, 임성택 CFO가 내정자로 선임됐다.

일각에서는 교체된 경영진 중 상당수가 재무·경영 전략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용 절감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인수합병(M&A)·구조조정 전문가 박명부 VIG파트너스 대표를 신임 공동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비용절감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과 사업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넷마블’도 ‘전략기획통’으로 알려진 김병규 부사장을 신임 각자대표에 승진 내정했다. 그는 전략기획, 법무, 정책 등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컴투스’ 또한 경영 전문가를 앞세워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컴투스는 신임 대표이사에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을 내정해 경영 전략 부문 강화에 나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연이은 수장 교체에 따른 비용 절감 작업은 계속되는 구조조정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경영진 교체에 나선 기업들 중 다수가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만큼 구조조정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신임 공동대표에게 구조조정에 관한 전권을 맡긴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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