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사이의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으로 뜨거웠다. [사진=김덕형 기자]
21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사이의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으로 뜨거웠다. [사진=김덕형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다들 현대, 포스코 박빙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예전 생각을 하셔서 그런지 현대를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여의도 A공인중개소 관계자)

“젊은 분들은 현대냐 포스코냐 따지는 것 같지 않아요. 포스코이앤씨 이미지를 더 젊게 보는 분들도 많고, 무엇보다 공사비 이슈가 언론서 자꾸 나와서 그런지 포스코 제안에 끌려하시는 분들도 꽤 있죠.”(여의도 B공인중개소 관계자)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찾았다. 지하철 여의도역 5번 출구를 나와 성인 남성 걸음으로 천천히 10여분가량 걷자 보기에도 오래돼 페인트가 바랜 한양아파트가 드러났다.

오전 10시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단지 상가 옆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장을 차려입은 포스코이앤씨 직원들과 에코백을 하나씩 메고 홍보용 팸플릿을 들고 있는 아웃소싱(OS) 직원들이 앞다퉈 인사를 건넸다. 아파트 정문으로 이동하자 이번엔 현대건설 직원들이 큰소리로 지나가는 주민들께 연달아 인사했다.

현장은 '여의도 1번 재건축'이란 상징성과 함께 ‘경쟁 구도’가 확연해져 뜨거운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 시행인 KB부동산신탁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 회의를 개최한다. 신탁사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전체 회의를 통해 시공사 선정을 결정한다. 이번 전체 회의 안건은 △시공사 선정‧계약체결 △시공사 입찰보증금 사업비 전환 승인 등이다.

지난 1975년 지어진 여의도 한양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기존 588가구 규모 단지다.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거치면 최고 56층, 5개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210실 규모 주거‧업무 복합 단지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사업성이 매우 좋다. 여의도는 서울시에서 미국 뉴욕 맨해튼과 같은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용도지역을 대폭 상향하면서 여의도 한양도 용적률이 600%까지 올라갔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여의도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풀린 점도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

[사진=김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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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최근 공사비 폭등에도 분담금이 아닌 환급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영등포구에서 지난 11일 공람공고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복도식인 A~C동 조합원이 동일 평형을 분양받으면 9131만~1억429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분양 수익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여의도 최초로 ‘하이퍼엔드’ 특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조합원이 동일 평형으로 입주하면 분담금이 아닌 환급금 3억6000만원을 받게 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도 지난 14일 직접 여의도 한양아파트 현장을 찾아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윤 대표의 등장이 열위에 있는 수주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행보라는 추측을 내놨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설명은 다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윤 대표가 직접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방문해 이곳이 회사 차원에서 관심이 높은 핵심지역임을 재확인하고 주민들께 진정성을 보여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KB신탁 추정을 반영해 아파트 6000만원, 오피스텔 6208만원의 3.3㎡당 일반분양가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아파트 7500만원, 오피스텔 8500만원과 비교해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또한 포스코이앤씨는 일반분양 수입이 발생하면 환급금부터 지급하고 공사비를 받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무엇보다 현대건설 대안설계 시 예상되는 2031년 5월 준공보다 빠른 2030년 8월에 공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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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과의 수주전에서 승리한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와 3.3㎡당 798만원이라는 공사비 조건으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열 계획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치솟는 공사비를 고려하면 하이엔드 아파트 공사비는 3.3㎡당 900만원 중반은 잡아야 한다”며 “포스코이앤씨는 수익보다 상징성을 바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반응은 예상 밖으로 차분했다. 마침 상가에 위치한 롯데수퍼에 장보러 나온 조합원 박모(여‧70대)씨는 “한양은 다 끝났는데 뭐하러 왔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여긴 다른 여의도 아파트처럼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작년 9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로 대결이 성사됐을 때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C공인중개소 대표는 “고령인 집주인들이 많아서 ‘재건축이 완료되면 실제 살아볼 수나 있겠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일부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대부분 자식들에게 물려 줄 생각을 하시는 듯 하다”고 전했다. 재건축을 통한 당장 수익이 목적인 외부인 유입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D공인중개소 실장도 “여느 노후 아파트가 마찬가지겠지만 작은 평수는 여의도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싼 전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큰 평수 아파트는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사시는 집주인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양아파트는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는 그는 “급매가 가끔 나올 뿐”이라며 “소유자가 채무를 견디지 못했거나, 상속받은 자녀들이 빠르게 처분하기 위한 경우만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김덕형 기자]
[사진=김덕형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 주민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지난 1975년 준공된 만큼 오랫동안 거주한 장년층과 노년층이 많다는 의미다.

이날 만난 70대 조합원 이모씨는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정주영 회장 이미지 때문인지 현대건설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듣기론 젊은이들은 포스코이앤씨가 낫다는 말도 더러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양 건설사가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 노후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면 여의도 일대가 강남에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옛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수주가 결정되면 그 여파가 주변 여타 단지까지 퍼져나가 여의도 내 다른 재건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양아파트 주민들도 조합격인 정비사업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갈라져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을 각각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측이 이미 수익보다 자존심 대결로 상황을 보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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