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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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일본 중앙은행이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자 ‘일학개미’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일본증시 호황을 이끈 ‘역대급 엔저’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국내 투자자들은 역대급 엔저에 환호하며 일본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 금리인상 직전인 3월 18일까지 예탁원을 통한 일본주식 보관금액은 41억2138만달러(약 5조726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간(28억7999만달러) 대비 43.1% 증가한 규모다.

특히 투자자들은 동기간 2029만달러 ‘순매도’에서 2조8225만달러 ‘순매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매수건수 역시 1만4786건에서 4만4630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일본주식을 향한 관심 속에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는 18일 종가 기준 39740.44로, 연초(33288.29) 대비 19% 넘게 상승했다. 동기간 0.6%대 오른 코스피와 상반된 그래프다.

이런 가운데 일본 금리인상 소식은 고공행진해온 일본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금리인상 개시는 곧 역대급 엔저의 종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정책을 멈추겠다”는 일본은행의 발언도 경계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ETF 매입을 통해 일본 증시의 ‘밸류업’을 지원해 온 터다. 이에 따라 34년 만에 고점을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온 일본증시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 상당수는 당장 상승세 유지에 배팅했다.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인상을 결정한 19일 니케이225가 4만선을 회복한 배경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 “달러·엔 환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던 니케이225지수는 엔 약세가 주춤하면 가격 부담 속 당분간 조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점차 달러·엔 환율과의 상관성이 낮아지면서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판단의 배경은 빠른 경기회복 속도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치)은 전년 대비 1.9% 상승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1.45)보다 0.5%포인트(p) 높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첫 역전이다.

김상훈 연구원은 “일본 기업이 엔 약세를 바탕으로 가격 우위 전략을 추구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반도체 주도권을 회복하면서 기술 우위를 보일 수 있게 됐고, 내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면 (환율 등) 대외 경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반도체주, 일본은행이 금리 상단을 제한하는 정책을 폐기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주 중심으로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프=네이버 갈무리]
[그래프=네이버 갈무리]

점진적인 엔화 강세가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폭의 일본 임금 상승 기대와 일본 금융당국의 정책 전환 속 디플레이션 탈출 기대감 높아지며 향후 엔화는 점진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이러한 일본 엔화의 점진적 강세는 엔·달러 환율과 니케이225지수 간 약해진 상관성, 수급적 요인, 섹터 요인 등으로 인해 향후 일본 증시의 점진적인 상승 동력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행의 ETF 매수 중단에 대해서도 증권가는 크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 은행이 ETF를 매수해주기로 했던 정책이 종료됐지만 악재는 아니다”라면서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 매입해주기로 했던 정책으로, 이미 2023년부터 일본은행이 거의 매입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정책을 종료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본은행이 매입한 ETF를 시장에 내다팔 경우 증시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일본 정부의 증시 밸류업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김상훈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주식 매입을 단행한 일본은행이 채권과 달리 만기가 없는 주식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는 것만큼이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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