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전성시대 건설업은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 밀리는 신세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해외건설 수주가 4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한 해 취업자 중 7.5%인 215만명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을 지탱하는 K건설이 2024년 다시 날아오르길 기대하며 국내 건설사의 속사정을 차례대로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진=중흥건설‧연합뉴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사진=중흥건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젊은 건설기업 중흥이 한단계 진일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 주택건설의 강호로 기업 성장을 이끌어 온 중흥건설이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수도권 정비사업 강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우건설을 통한 해외 진출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열었다. 중동을 넘어 북미까지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제2의 도약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채무 보증 증가 규모는 23조8000억원으로 12% 이상 증가했다. 채무 보증이 늘어난 건설사는 38곳, 변동이 없는 곳은 12곳, 줄어든 곳은 56곳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중흥건설은 채무 보증이 지난 2021년 말 2556억원에서 2023년 말 1조3870억원으로 440.5% 급증했으며 중흥토건도 같은 기간 341.2%가 증가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중흥건설의 부실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흥그룹은 이번 조사 내용은 당연한 결과란 입장이다. 적극적인 경영으로 신규 분양 사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채무 보증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건설사 채무 보증은 아파트 등 주택 입주 예정자들을 위한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도금 대출 보증이나 분양보증, 하자보수 보증 같은 경우가 그 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이번 채무보증액 내용은 대부분 분양이 완료된 현장에서 발생해 부실 위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2022년 기준 중흥건설과 증흥토건의 부채비율은 각각 64%, 104%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신규 분양 사업이 많아지면 채무보증액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중흥토건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16억원을 따내면서 국내 건설사 중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최근 광주 산수동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며 한해 수주 전망을 밝게 했다. 기업에서 밝힌 2024년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도 1조원이다.

◇수도권 진출 성공적 평가

중흥토건은 지난 2015년 도시정비사업팀을 신설해 전략적인 접근에 나섰다. 정비사업팀 신설 첫해부터 광주지역 1000가구 이상 대규모 사업지 5곳을 연달아 따내며 수주액 1조원을 기록했다. 이후 회사는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진출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16년부터 영등포 기계상가 재개발과 천호1구역 재개발 수주에 성공하며 서울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건설경기가 악화일로를 걷는 중에도 수도권에서 4개 사업장을 수주하며 업계에서는 중흥건설이 이제 수도권 진출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흥 발전사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역시 대우건설 인수다. 2022년 2조1000억원에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며 그룹이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했다.

중흥은 초반 업계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대우건설의 주택건축과 토목, 플랜트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이끌었다.

대우건설이 채권단 시절 6위까지 내려갔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중흥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3위까지 회복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흥그룹은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마쳤다.

동시에 중흥그룹은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흥그룹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중흥건설과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겸 중흥그룹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중흥토건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를 중흥토건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이 지주사를 맡게 된다. 결국 대우건설도 오너 직속 체계로 재편되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후 회사 내에서 해외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글로벌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 통해 제2의 전성기 열 것”

그러한 기조 속에 중흥은 최근 오너 3세이자 정 부회장 장남인 정정길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이 지난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긴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뤄진 초고속 승진이며 회사 내 최연소 임원 승진이란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고려할 때 중흥이 오너 3세 승계를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정 상무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해외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지며 정 부회장의 의중이 실린 고속 승진이란 평가도 나온다.

북미 시장은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며 대우건설의 텃밭이었던 중동지역 이외의 지역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정 부회장이 그동안 국내 건설사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선진국 글로벌 건설사들이 선점한 역사가 길었던 북미 시장에 토대를 마련한 후 북미 이외 다른 선진국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북미 시장이 정 상무가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상무직을 맡으며 북미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중흥그룹 오너일가가 한국 건설 업계에 꾸준한 관심사로 회자되리란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분위기에 도시정비사업은 더욱 전망이 좋지 않아 해외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정 상무가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올 한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면 당분간 중흥이 해외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흥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보수적인 경영을 펼치며 우선 미분양 해소에 집중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다”며 “국내 업황을 고려하며 꾸준히 수주 참여하는 등 시장 입지는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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