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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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메모리반도체의 핵심으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첨단 반도체 시장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10여 년 전 1세대 HBM 개발로 우위를 선점한 SK하이닉스 역시 자사의 우수한 기술력과 공격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1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3%로 추정된다. 이어 삼성전자가 38%, 마이크론이 9%로 뒤를 이었다.

실적 부문의 강세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하며 1년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HBM3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동종업계보다 빠르게 흑자를 이끌었으며,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에만 10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의 고성능 제품을 의미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 침체의 여파로 지난 2022년 12월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다 AI(인공지능) 개발에 중추 역할을 맡는 HBM의 수요 확대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대만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을 비롯해 글로벌 리더인 엔비디아와의 AI용 반도체 공급망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순조롭게 늘려갔다는 평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표준 설정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는 회사로 선정되면서 기업가치가 119조원까지 상승했다.

당시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 HPC(Hyperscale and HPC) 담당 이안 벅(Ian Buck)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Accelerated Computing Solutions)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3E 분야에서 양사간의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양사 간 협력관계에 대한 엔비디아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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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SK하이닉스는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개발에 성공하고, 성능 검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HBM은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으며. HBM3E는 HBM3의 확장 버전으로 구분된다. HBM3E는 AI용 메모리의 필수 사양인 속도는 물론,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켰다.

올해에도 5세대 HBM 생산에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이라는 공정을 관련 기업 중 가장 먼저 도입해 관련 생산부문 1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HBM은 모든 AI 분야에 활용할 수 있지만, 타 반도체 대비 AI 학습 과정에서 GPU로 전달하는 데이터가 가장 크고 많아 학습 영역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수많은 AI 메모리 중에서도 빠르고 효과적으로 연산 성능을 높일 수 있는 HBM의 인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관련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제품 수요가 지속적인 회복세로 전환됨에 따라 PC, 스마트폰 등 AI를 탑재한 온디바이스(On-Device) 시장도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HBM 반도체 제품을 선점하려는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해졌다.

실제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많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 측에 선수금까지 지급하는 등 SK하이닉스가 생산한 HBM 확보를 위한 선점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올 초 진행된 2023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기업들의 AI 도입과 개인의 수용도 증가가 본격화되면서 중장기 HBM 수요는 연평균 60% 수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제품의 양산 확대와 함께 작년 대비 올해 TSV 캐파를 약 2배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에 대한 인가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SK하이닉스도 추가 생산라인 구축과 공정 최신화 및 기술 개선을 위한 투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해에만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316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제품 성능 개선을 비롯해 출하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HBM 시장에서의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은 “생성형 AI 서비스의 다변화 및 고도화로 AI 메모리 솔루션인 HBM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고성능·고용량의 특성을 지닌 HBM은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기존 통념을 뒤흔든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특히 SK하이닉스 HBM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높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앞다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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