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촨푸 비야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왕촨푸 비야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뜨겁다. 한국 정부도 5년간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미 중국은 정부 주도로 관‧산‧학 개발 연합이 구축돼 양국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1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안덕근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개최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5개 핵심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

아울러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해 전고체와 리튬메탈, 리튬황 배터리 등 3가지 유망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민간 배터리업체들도 힘을 보태기로 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만 9조원 이상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차세대 배터리는 기존 소재와는 다른 물질을 사용해 성능과 안전성을 높인 이차전지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이용해 화재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수명을 늘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통상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한발 앞서 우리 정부와 업계의 얼라이언스 협의보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 1월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산업정보기술부·과학기술부·국가에너지관리국이 자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 BYD(비야디) 등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중국 전고체 배터리 산학연 협동 혁신 플랫폼(CASIP)’을 설립했다.

이들은 이자리에서 오는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생산뿐 아니라 공급망 구축까지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CASIP에 중국 정부 책임자로 참석한 먀오웨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 겸 경제위원회 부주임은 “2025~2026년에는 신차 판매량 중 친환경 차량이 절반 이상 될 것”이라며 “친환경차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볼 때 전고체 배터리 산업화를 조기에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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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그동안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온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4’에서 최윤호 삼성SDI 대표가 직접 “오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빅3’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제시한 것은 이번 삼성SDI가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를 높여 제대로 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시점은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날 두 수장의 발언을 통해 국내 배터리 제조업계 2위인 삼성SDI가 ‘빅3’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이미 삼성SDI가 지난해 12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샘플 생산에 성공한 점도 근거로 꼽힌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삼성SDI를 주축으로 한 국내 기업들이 정부 지원과 더불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면 상용화 시점을 중국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1000억원 넘는 투자 지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물량 공세다. 이미 일각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예를 들며 중국이 단시간에 석유화학 범용 제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따라잡았듯이 중국이 천문학적인 투자로 국내 기업의 전고체 기술을 따라잡지 않겠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일본”이라며 “하지만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일본이 이차전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걸 보면 중국이 보유한 관련 특허가 100개 미만이고, 국내 배터리 3사가 기술 개발에 앞서 있다고 해서 절대 안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이차전지에 대한 국내 관심이 뜨거운 이유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가 과연 시장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이차전지 산업 자체가 신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일본처럼 자칫 순간 방심하다 후발 주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우리 정부나 기업도 리스크를 감내하고 기술 개발에 서두르는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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