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씨를 사칭한 주식투자 불법광고. [사진=화면 캡처]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정부의 총력 대응에도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주식투자 광고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불법 사칭 광고 대부분이 해외 플랫폼을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국내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말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탓이다.

플랫폼사의 자정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칭 광고 삭제 의무를 강화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제보·민원 등을 통해 불법 금융투자 혐의 사이트와 게시글을 약 1000건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의뢰했으며, 이중 혐의가 구체적인 56건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유형별로는 가짜 투자앱 등을 통한 투자 중개 유형이 26건(46.4%)으로 가장 많았고, 비상장 주식을 비싼 값에 넘기는 투자매매 유형(21건·37.5%), 미등록·미신고 투자자문 유형(8건·14.3%)이 뒤를 이었다.

특히 유명인 사칭 광고가 투자자 유인을 위한 미끼로 활용됐다.

유명인 사칭 불법 투자 광고가 화두에 오른지 수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게시물은 화수분처럼 생산되고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등 유명 투자전문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방송인 유재석 등으로 사칭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

사칭 피해자들은 법의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회사 법무팀을 통해 2년 넘게 싸웠다”면서 “소비자금융부서를 통해 피해 신고를 받고, 계속 관리하고, 경찰과 연락하고 있지만 그 이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사칭 광고를 믿고 자금을 넣은 피해자다. 

염 이사는 “최근에는 제 비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메신저 단톡방을 만들어 비상장 주식을 추천했다고 하더라”라면서 “이대로 두면 피해자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저를 사칭한 단통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직접 들어가, 불법이니 빨리 나가시라고 안내를 한 적이 있다”는 일화를 전했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 여러 매체에서 불법 사칭 광고가 설치고 있지만 (정부는)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법 사칭 광고를 (사칭 피해자가) 일일이 찾아내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먼저,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광고 자체의 불법성을 따져 유통을 막아야 하는 방통위와 방심위는 ‘해외법인’ 관리·감독의 한계를 토로한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 광고의 삭제·차단을 요청할 수 있지만, 자율 규제인 탓에 사업자가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KBS, MBC 등 방송사는 재허가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적 책무 등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는 아니”라면서 “허가 또는 등록제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불법 투자광고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는 금감원도 고충이 있다. 광고 자체만으로는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광고를 클릭해 단톡방에 들어가 보면 ‘무료로 주식을 안내해 드립니다’라고 한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누가 봐도 불법 광고처럼 보이지만, 직접적인 (불법 행위와의) 연결고리를 잡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불법 행위가 포착되면 수사 의뢰를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는 존재한다. 사기 범죄자 대부분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불법 금융투자 행위에 대해 안내하고 상담해 드리고,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도 하고, 방심위에 광고 차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칭 불법 광고를) 완벽히 근절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칭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혹시 모를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유명 인플루언서인 김미경 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피해 자들을 모아 공동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플랫폼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 플랫폼 기업의 변화를 이끌긴 어려울 것이란 게 다수의 시각으로, 일각에서는 ‘타인 사칭 방지법’을 대안으로 촉구하고 있다.

2020년 11월 9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한 타인 사칭 방지법은 ‘유명인 사칭 광고를 막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엔 정보 게재자의 이의제기권, 게시요구권 등 권리 보호 절차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칭 광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이나 정부는 중국에 서버가 있다, 막을 방법이 없다고만 한다. (피해를) 계속 방치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면서 “딥페이크 등 기술 진화로 사기 피해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더 많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 수사기관뿐 아니라 국회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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