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최근 10년간 10~3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최근 10년간 10~3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인도산 의존도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의약품 생산 중단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마땅한 자급률 제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쏟아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제약사들은 잇달아 의약품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영일제약은 급만성기관지염 암브록솔정을, 프레지니우스 카비는 글라민주 250mL를, 비씨월드제약은 제토바정 10·40mg를 생산 중단했다. 이들은 생산 중단 이유로 원료의약품의 원가 상승을 꼽았다.

그러나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그리고 있어 우려가 가중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2021년 24.4%에서 지난해 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10~3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가격이 낮은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에서 약 1조6000억원어치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의 70%를 넘는 비중이다. 중국·인도 원료는 국산 원료에 비해 20~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약 30% 낮은 인도와 중국산 원료의약품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최근에는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이들 지역에서 들어오는 제품도 외면하기 어려워진 점이 국산 비중 하락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수년간 원료의약품 수입액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산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2019년 1조원 수준에서 2020년 1조1000억원까지 증가했다. 2022년 들어서는 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대중국 원료의약품 의존도는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높은 해외 의존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원료의약품 자급률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오 제조 강화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원료의약품 자급화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유럽 등 많은 국가들도 원료의약품의 특정 국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의약품 선정 △공급망 안정화 조직 및 법제도 정비 △자국 내 지속 생산 유인 인센티브 △공급부족 의약품 모니터링 △해외 협력 확대 등 중·단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약가 제도 개선을 통해 타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일시적으로 자급률이 올라갔으나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급률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국내 생산기반 강화를 위해 국산 원료에 대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확대, 국산원료 생산품 약가보상 강화, 원가 인상요인 적시 반영 등 종합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당장 수급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바 공급 절차 간소화 등의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자급률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품질과 직결된 절차 이외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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