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전성시대 건설업은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 밀리는 신세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해외건설 수주가 4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한 해 취업자 중 7.5%인 215만명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을 지탱하는 K건설이 2024년 다시 날아오르길 기대하며 국내 건설사의 속사정을 차례대로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아이에스동서 사옥 전경. [사진=아이에스동서]
아이에스동서 사옥 전경. [사진=아이에스동서]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아이에스동서가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오너 2세의 전면 등장으로 올해부터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기업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0.9% 감소한 2조294억원, 영업이익은 1.3% 줄어든 340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건설업황 전반의 하락세에도 영업이익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2629억원으로 전년보다 23.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6.8%, 순이익률은 12.9%에 달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건설 부문 이익은 다소 부진했지만 비건설 부문의 호조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 부문별로는 건설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1조28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해 건설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2.6%로 전년 대비 9.7%p 하락했다.

아울러 건설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9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하는데 그쳤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건설사업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건설 부문인 이차전지와 폐기물 등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비건설 부문의 전체 매출은 7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건설 부문과 연계된 콘크리트 사업 실적이 하락했음에도 전체적으로 이차전지 사업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콘크리트는 출하량 급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건설 부문 준수·비건설 부문 성장세

지난해부터 신규로 매출을 인식한 이차전지는 매출이 858억원에 달했다. 비건설 부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8%로 전년에 비해 8%p 증가했다. 비건설 부문의 영업이익도 5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아이에스동서가 높은 순이익 증가를 보인 비결을 시장 상황을 고려한 보수적인 건설사업 추진과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온 신사업이 투자의 결실을 보이기 시작한 덕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아이에스동서의 미래 사업 기조가 지난 1월 일선으로 복귀해 회사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권민석 대표의 선임으로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기존의 허석현·정원호·김갑진·이준길 4인 대표체제에서 권민석, 이준길 2인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권혁운 회장 아들로 오너 2세인 권 대표는 2021년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물러난 뒤 3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경영 전문가인 권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기존의 건설 부문과 함께 친환경사업 또는 금융투자업 등 비건설 분야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권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지난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아이에스동서는 친환경 분야 M&A를 진행하고 자산운용사도 설립하는 등 비건설 분야 개척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9년 인수한 폐기물처리업체 인선이엔티와 2020년 새한환경, 코엔텍이 그 예다.

특히 인선이엔티는 건설폐기물 점유율 45%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 회사다. 자회사인 인선모터스도 폐자동차 재활용 부문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아이에스동서의 신성장 사업에 대한 의지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아이에스비엠솔루션이 수도권에 전기차 폐배터리를 파·분쇄할 수 있는 전처리 공장을 준공하면서 재차 확인됐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아이에스비엠솔루션 폐배터리 전처리 공장은 연간 7000톤 분량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수도권 최대 규모 전처리 생산설비를 갖췄다.

사용 후 폐배터리를 안전하게 파쇄하고 희유금속이 들어있는 블랙매스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4년 목표···사업다각화 속도↑

반면 일각에서는 본업인 건설업의 축소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 대표가 건설업에는 큰 흥미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에스동서는 작년말부터 건설 부문의 임직원을 대폭 감축하고 사업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아이에스동서는 올해 들어 건설 프로젝트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인력 재배치 등 건설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또한 지난해 건설 신규 수주액이 2556억원에 그치며 전년 8134억원 대비 68.6% 급감한 모습을 보였다. 신규 분양 역시 2022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권 대표가 재취임하기 1~2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사업 방향에 대한 준비를 마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아이에스동서는 전반적인 건설업황이 위축된 결과지 건설업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이에스 관계자는 “부동산 업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고 주택, 건설 분야가 위축된 경향이 있다”며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일시적으로 신규 건설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을 완전히 접는 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아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CEO의 의지가 강해도 현장 인력을 최소화하며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사업 목표 및 계획에 대해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올 한해 주택 사업은 최대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기회 창출의 목표로 삼아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추진으로 국내외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공략 등 사업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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