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2년 서울 강북구 번동 ‘모아주택’ 개발 시범 계획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2년 서울 강북구 번동 ‘모아주택’ 개발 시범 계획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서울시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모아타운·모아주택’ 사업의 첫 삽을 떴다. 가뜩이나 불경기 속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이명박 전 시장 시절 ‘뉴타운’ 정책의 폐해가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중소규모 재개발 사업 모델인 ‘모아타운’ 정비사업 추진 지역 내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지난 6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모아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강남 3구 및 서울시 모아타운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주최한 이번 집회는 서울 7개 자치구, 총 12개 동 주택 소유주와 주민 500여명이 참석해 모아타운 사업의 각종 부작용을 규탄했다.

현재 서울시는 모아타운 후보지 총 100곳 선정을 예고한 상태로 지금껏 총 86곳의 대상지가 선정됐다.

이날 비대위는 모아타운 신청 요건의 문턱이 턱없이 낮아 갭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업은 해당 지역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이 30%, 노후도 50%만 충족하면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대위에 속한 지역 관계자는 “노후 주거지 개량을 위해 나섰다는 서울시 주장과 달리 벌써부터 외부 투기 세력과 빌라, 다세대 전문 건축업자들을 위한 먹잇감이 되고 있다”면서 “기존 재개발 사업보다 노후도 등 추진 요건이 낮아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사업에 반대하는 주택 소유주들은 원치 않는 ‘강제 수용’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이 원하는 방식은 모아타운 해당 지역에서 최소 10년 이상 실거주한 소유주에게만 신축 주택 입주권 등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외부 투기 세력의 참여를 방지하고, 동시에 지역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뉴타운’ 과오 반복 말아야

실제 이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지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 서울 내 뉴타운 지정지역에서 표출됐던 논란과 드러난 부작용으로 등과 유사하다.

지난 2003년 개발계획을 발표한 후 빠르게 진행해 1년 만인 2004년 초 2‧4구역 착공을 시작한 ‘길음뉴타운’의 경우는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과 정릉동 일대 추진된 가장 먼저 준공된 뉴타운 사업이다.

당시에도 재건축된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와 낮은 원주민 보상금과 관련한 논란이 일었고, 일각에선 건설사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실제 길음뉴타운은 17%에 불과한 ‘원주민 재정착률’을 보여 실패한 재정비 정책이란 지적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길음뉴타운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난 2008년 서울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길음뉴타운 내 길음 4구역 원주민 재정착 현황’에 따르면 조합원 중 22.4%만이 같은 지역 아파트에 입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세입자를 포함하면 재정착률은 17.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모아타운 사업도 전과 같이 빠르게 속도를 내 진행하는 중이다. 지난 2022년 정책을 도입한 후 85곳을 대상지로 선정해 최근 광진구에서 첫 시공을 시작했다.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한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달 26일 공사를 시작한 ‘모아주택 1호’다. 2026년 8월 완공 예정이며, 총 215세대가 공급된다.

서울시는 이번 한양연립 정비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를 원주민 대부분이 재정책할 수 있도록 원주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은 현금청산을 받는 소유자 1명을 제외한 원주민 101명 전원이 재정착하게 됐다. 또한 이주비나 공사비 등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이차보전지원제도를 활용해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 모아타운 사업이 ‘단비’ 될 듯

하지만 정비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1호 사업을 빠르게 추진해 발표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100여개 가까운 후보지 가운데 일부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 지역은 이미 사업 발표 초기부터 빠르게 투기 세력들이 매입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모아타운 사업이 얼어붙은 내수 건설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견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모아타운에 작년부터 대형 건설사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아타운 시공사 선정은 각 구역 조합이 따로 선정한다. 구역당 가구 수가 200~300세대 정도로 작아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위주로 수주에 나서는 대형사보다는 중견 건설사 등이 사업을 주도했다.

DL건설은 중랑구 면목역 2·4·6구역과 구로구 고척동을 수주했고, 코오롱글로벌은 강북구 번동 1~6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들도 모아타운 수주가 사업성이 있음을 확인한 분위기다. 모아타운 시공사로 선정되면 인근 다른 구역에서도 시공사로 추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모아타운 추진위 관계자는 “구역 한 곳만 보면 사업성이 낮아 보이지만 주민들이 타운으로 묶어 같은 건설사를 선정해야 전체 사업 진행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해 보통 인근 사업 전체를 한두 업체가 수주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모아타운 사업을 지켜보는 입장”이라면서도 “건설사 규모를 떠나 정비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회사는 없다. 실제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들 때 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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