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마케팅 효과가 예년같진 않지만, 유통업계는 다양화된 기념일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데이 마케팅 효과가 예년같진 않지만, 유통업계는 다양화된 기념일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데이 마케팅’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예년보다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들이 적고,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소비자 때문에 판매 공식이 사라지는 추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특정 기념일을 타겟으로 하는 ‘데이 마케팅’ 특수는 옛말이 됐다. 데이 마케팅은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기념일에 특정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프로모션이다. 

◇‘대목’은 옛말···시들해진 열기

오는 14일은 화이트데이로 유통가에선 보통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부터 이날까지를 ‘로맨틱데이 대목’으로 잡는다. 연인끼리 선물하는 분위기에 맞춰 소비심리를 자극해 부가 매출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명품 브랜드는 이 기간을 앞두고 슬쩍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도 한다. 어차피 선물 수요는 많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구매자는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올해도 샤넬과 부쉐론 등 명품 브랜드는 밸런타인데이를 전후해 가격을 인상했다. 에르메스는 일부 워치 제품을 10% 가까이 인상했고, 디올도 최대 12% 이상 가격을 올렸다.

특히 화이트데이를 앞둔 시점에선 명품 브랜드가 ‘배짱 인상’을 하기도 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하는 날이기에 명품 수요가 더 많아 이같은 인상에도 판매량은 줄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명품 브랜드 외에도 일반적인 유통업계는 특정 ‘데이’를 앞두고 매우 분주하다. 해당 기념일에 맞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심리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로맨틱한 데이트코스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 화이트데이는 사탕이라는 공식이 있을 만큼 유통업계는 초콜릿과 사탕 등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벌인다. 별도 매대를 준비하거나 팝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열기에 불을 붙여 구매를 유도한다. 이 시기엔 초콜릿과 사탕류 제품 매출이 평소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다. 제과업계를 포함해 다양한 유통업계가 ‘대목’으로 꼽는 이유다.

모델이 GS25가 화이트데이 차별화 상품으로 선보인 마루와 강쥐 굿즈 세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모델이 GS25가 화이트데이 차별화 상품으로 선보인 마루와 강쥐 굿즈 세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예년같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념일을 챙기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판매량도 예전같지 않아 고심 중”이라며 “초콜릿과 사탕 등 제품 판매도 드라마틱하게 상승하지 않는다. 그나마 빼빼로데이만 제과제품 마케팅 데이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고, 나머지 기념일을 겨냥한 데이 마케팅은 오프라인 유통가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고물가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물가가 비싸지면서 생필품 구매도 빠듯해 ‘부가적인 소비’로 여기는 제과·제빵류의 인기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3.1% 올랐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전월대비 0.3%포인트 높아진 3.7%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였다가 지난달 반등해 경기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놓칠수 없는 ‘○○데이’···차별화 프로모션 총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는 해당 기념일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줄어들긴 했어도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를 그냥 넘어가기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이런 구실을 맞춰줘야 낮은 폭이라도 매출이 반짝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쟁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라도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이유 역시 기념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라고 털어놨다.

편의점 역시 마찬가지다. 별도 매대에 예년처럼 고객들이 북적거리진 않지만, 여전히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규모는 확실히 축소됐다. 기념일 특수가 없다고 해도 기념일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부가적인 소비를 낳기 때문에 지나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점주들은 발주를 예년보다 과감히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의 종류가 다양화된 것도 데이 마케팅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밸런타인데이엔 초콜릿, 화이트데이엔 사탕을 선물하는 것을 두고 ‘상술’이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다른 선물을 찾거나, 맛집을 비롯한 로맨틱한 데이트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디저트 팝업매장에서 디저트를 들고 있는 고객.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디저트 팝업매장에서 디저트를 들고 있는 고객. [사진=롯데백화점]

이에 따라 데이 마케팅도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특히 편의점은 캐릭터 협업을 통해 귀여운 선물을 하는 고객들을 겨냥했다. GS25가 모남희, 냐한남자, 마루는강쥐 등 캐릭터와 협업해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24도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내놨다. 이외에도 순금목걸이, 핑크골드팔찌 등 주얼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로맨틱 선물의 범위를 다양화했다.

백화점은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선 럭셔리 니치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대형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향수 역시 로맨틱 기념일엔 인기있는 선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로맨틱데이의 전통적인 선물 역시 고급화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 등 지하 1층 중앙 행사장에서는 화이트데이 기념 초콜릿 제품 팝업이 열린다. 프랑스, 스페인 등의 초콜릿 브랜드를 한 데 모아 소개한다. 특히 강남점 지하1층 스위트파크에서는 국내 최고 쇼콜라티에 고은수 셰프가 운영하는 초콜릿 브랜드 삐아프(Piaf)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과 잠실점에서  디저트 팝업행사를 진행한다.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는 6개의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르봉마리아쥬', '숄빈' 등 전문 셰프들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와 블루리본 연속 6년 선정 수제 디저트 맛집 '듀윗'의 마카롱을 선보인다. 잠실점에서는 지하 1층 식품관에서 프리미엄 초콜릿 '쇼콜라 쏭즈', 성수동의 파티세리 쁘띠 갸또 '아후' 등 6개 디저트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록 다양하고 큰 규모의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데이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마케팅 방법이 더욱 차별화돼야 하는 것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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