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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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SK온이 막대한 빚과 연이은 적자 행진에도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라는 SK온 측 설명에도 늦어지는 기술 개발 등의 영향으로 향후 실적 개선도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국내외 주요 IB에 투자 유치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SK온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SK온이 확보하려는 자금 규모가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SK온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유상증자와 차입, 지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왔다. 작년에는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또 현대자동차에선 2조원을 장기 차입했고 작년 10월에는 창사 후 첫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총 8조3100억원을 확보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 유치와 채권 발행에도 SK온의 재무 상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SK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SK온 연간 영업손실 금액은 △2021년 3102억원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빠짐없이 적자가 누적되자 2조원에 육박한 결손금이 쌓였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는 매년 1조원 이상의 현금 유출이 일어났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SK온의 부채가 현재 2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천문학적 부채와 적자에 빠진 SK온

다만 SK온 측은 적자 행진과 천문학적인 부채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신성장 산업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SK온에 제기되는 업계 일각의 우려는 재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SK온의 핵심 고객사 중 하나인 미국 완성자동차 업체 포드는 최근 들어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고려하는 중이다. 보급형 전기차가 유행하면서 배터리의 가성비가 중요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온은 원통형 배터리 제품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포드의 요구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SK온이 집중해 온 파우치형 배터리와 달리 원통형 배터리는 범용성과 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란 무기를 가지고 있다. 주요 전기차 생산 업체들이 앞다퉈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SK온 관계자에 따르면 제품 다변화를 위해 이미 각형 배터리는 개발을 완료했지만 원통형 배터리는 아직 개발 중인 상태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원통형 배터리도 고민하다가 개발을 (상당 수준까지)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에 비해 후발주자로 양산시기나 제품형태, 수요상황. 투자규모 등이 모두 미정인 상태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4680(지름 46mm·길이 80mm) 원통형 배터리를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LG엔솔과 비교되는 더딘 기술 개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달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총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우선 한국에서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장이 나서 직접 4680배터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점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양산하는 4680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공급될 전망이다.

결국 이날 김 사장의 발언으로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양산 체제 완성 단계에 돌입했지만 SK온은 기술적으로나 시기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그간 업계의 지적이 상당 부분 틀리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배터리 업계관계자는 “SK온이 후발주자로서 투자유치나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점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업계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이라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만 잘 견뎌내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SK온의 자금조달 문제는 지난해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회사 블루오벌SK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92억달러(약 12조722억원) 규모 정책자금 차입을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조건부 승인받아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장 부분도 최근 20%가량의 성장률은 코로나19 시절 한 해 100% 넘는 성장을 기록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뿐 역성장 추세는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미래 성장성만 바라봐도 현재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배터리 산업이 가장 유망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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