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형마트는 매주 일요일에 정상영업하고 둘째·넷째 수요일에 쉬는 것으로 의무휴업일을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형마트는 매주 일요일에 정상영업하고 둘째·넷째 수요일에 쉬는 것으로 의무휴업일을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10여년간 대형마트 발목을 잡아오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지자체가 직접 나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 이르면 5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로 변경

11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빠르면 오는 5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박형준 부산시장과 지난 7일 ‘대·중소유통 상생협력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형마트 발전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정책에 대해 안 장관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전환이 맞벌이 부부와 1인 청년가구의 생활여건을 크게 개선해 부산지역이 겪고 있는 청년세대 유출에 따른 급속한 고령화 완화에 기여하고 소비진작을 통해 침체된 부산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부산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게 되면 향후 대형마트 희무휴업 평일전환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데에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며 “국내 유통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중소 상생 및 성장을 가로막던 규제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를 비롯한 산업계는 이같은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라며 “지난 1월 정부가 주관한 민생 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방향을 밝힌 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업계가 이에 대해 논의한 만큼 지역경제 회복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어 부상상의는 “대형마트 휴업일 배송과 새벽배송 허용 등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까지 원활하게 진행돼 유통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 편익 증진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은 대구에서 먼저 실시했다. 이후 청주와 서울 일부 자치구가 동참하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부산까지 합류하게 되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평일 전환은 전국적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려는 당초 취지···성과는 ‘미비’

당초 정부는 지난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 보호 취지에서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했고, 휴무일에는 온라인 배송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경제계는 이런 규제 법안이 시대 흐름에 있어 착오적이고, 오히려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정법으로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침체되는 효과만 낳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엔 주변 상권까지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66개 대형마트의 일별 카드 매출액 및 이동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둘째, 넷째 일요일엔 대형마트 주변 상권에 위치한 생활밀접업종(외식업, 서비스업, 소매업 등) 매출액은 대형마트 영업일인 일요일 매출액 대비 1.7% 적었다. 이동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상권 유동인구를 분석한 결과도 대형마트 휴업 일요일엔 대형마트 영업 일요일 대비 0.9% 낮았다. 대형마트 휴업이 주변 상권 활성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히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반사 이익을 본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온라인 유통업 매출은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보다 휴업하는 일요일에 13.3%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 휴업 일요일 다음날에도 온라인 유통업 매출은 19.1%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형마트 휴업으로 인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광역시는 달라진 소비 패턴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해 효과를 거뒀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로 바꿨다. 한국유통학회 산학 사무국장인 경기과학기술대 조춘한 교수가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 시점인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간 카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매업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제외한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인 부산, 경북, 경남 등의 같은 기간 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10.3%, 8.3% 증가한 것과 비교해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 및 경제 활성화에 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다.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대구 전통시장의 둘째, 넷째 일요일 및 월요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7% 늘어 전체 기간 증가율인 32.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음식점과 편의점도 둘째, 넷째 일요일에 20% 이상 매출이 뛰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민 6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7.5%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 개정 안되니 우리라도···” 지자체, 조례 개정 속도감

경제계는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해 유통법 개정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지정만 해도 많은 부분이 해소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회는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10여년 전 해당 법안 눈치만 보고 있다. 

올해는 추진되나 했던 유통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21대 국회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가운데 4월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3월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선 전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것이고, 총선 이후엔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합의점도 찾지 못한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휴업하고, 평일에도 밤 12시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부분만 지자체가 적극 활용해도 대형마트의 족쇄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 자치구가 대형마트 휴업일을 주말로 변경하면 주변 소비자들이 해당 지역으로 쇼핑을 가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고, 다른 자치구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검토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부산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시 경남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가져올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간 눈치를 보던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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