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전성시대 건설업은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 밀리는 신세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해외건설 수주가 4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한 해 취업자 중 7.5%인 215만명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을 지탱하는 K건설이 2024년 다시 날아오르길 기대하며 국내 건설사의 속사정을 차례대로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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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룹 내 전략과 재무통으로 알려진 새 수장을 맞이하며 그간 공격경영으로 외연 확장을 통해 얻은 자신감에 더해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여진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이 10조660억원, 영업이익은 20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0% 감소한 수치다.

신규 프로젝트 착공과 도급 증액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매출은 7000억원 넘게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 줄었다. 건설업황 악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이 포스코이앤씨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사실 최근까지도 포스코이앤씨는 정비업계 전반에서 고금리와 공사비 갈등 등으로 각 건설사가 선별수주 전략을 진행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보여왔다. 

업계에서 서울 노량진뉴타운 내 최대어로 꼽고있는 노량진1구역에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단독 입찰했고 공사규모 1조3274억원 수준의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 재개발과 4988억원 규모의 ‘고양 별빛마을8단지’ 리모델링 및 2821억원 규모 ‘금정역 산본1동 재개발’ 사업도 따냈다.

특히 노량진1구역 사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노량진재정비촉진지구 내 8개 구역 중 가장 규모가 커 삼성물산·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한 번씩 군침을 흘렸던 사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인 3.3㎡당 730만원이 대형 건설사가 고려한 공사비와 크게 차이가 난 것이 첫 번째 유찰 배경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벌써 정비사업 수주 3건 성공

이같은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는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밝혔고 재개발조합에 조합원 분담금 입주 시 90% 납부 등 조합원 부담을 낮춰 빠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업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동작구청이 공사비 재검증을 요구하면서 관련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3.3㎡당 730만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공사비 책정 등이 향후 사업지 내 갈등을 발생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동작구청이 재검증을 권고한 이유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단독입찰을 한 포스코이앤씨가 사업권 획득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작구청 권고에 재개발조합 측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하루빨리 진행하고 싶다는 회신을 보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량진1구역 관계자는 “유독 다른 정비사업지와 다르게 우리지역은 검증 절차를 5개월을 걸려 받았는데도 문제없다는 공문을 보냈던 동작구청이 갑자기 제동을 걸었다”며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비를 맞춰 입찰했는데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청이 공사비를 올려서 주민들의 부담을 크게 하겠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매출과 브랜드 가치 상승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는 지금 그동안 지속돼 온 포스코이앤씨의 공격경영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되며 회사 내부에서는 물론 업계에서도 향후 포스코이앤씨의 발걸음이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 포스코이앤씨 실적 반등이 꼽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 등 불확실성이 커진 건설경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수주 확대에 나선 포스코이앤씨의 행보에 수익 악화와 부채 증가라는 암초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의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건전성 지표는 영업환경 악화에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21년 8682억원이었던 포스코이앤씨의 총차입금 규모는 2023년 3분기 1조7984억원까지 증가했다. 차입금 규모가 증가한 탓에 부채비율과 금융비용 부담 역시 늘었다. 더욱이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9.0%에서 135.5%로 치솟았다.

이렇게 재무구조 악화가 수치로 증명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번달 초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당초 입찰 의사를 보였던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사업은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의 경쟁 입찰이 예상됐지만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한 곳은 대우건설이 유일했다.

정비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을 포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전 사장 시절이었다면 강남지역 대단지라는 상징성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임 ‘전중선 대표’ 건설 불황기 ‘방향타’ 역할할 것

결국 업계에서는 한성희 전 사장이 추진했던 정비사업 전략이 큰 폭으로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전 대표는 포스코홀딩스에서 오랫동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경험이 있어 건설업황 침체 속에서 포스코이앤씨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확대 등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진행된 개포주공 5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신임 대표 체제가 구축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동시에 건설업계에서는 지금까지의 매출 증대 중심의 포스코이앤씨 경영 전략이 새 대표 체제에서 더욱 공고한 내실 다지기에 성공한다면 포스코이앤씨가 5대 건설사를 넘볼 정도의 건설 강자로 발돋움 할 기회를 잡았다는 기대도 공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특히나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이라면서 “현재 대형사들도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고 재무 안정성 관리가 시급해지는 상황이라 신중하게 사업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지닌 대표의 등장은 포스코이앤씨에 실보다 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개포주공 5단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시점은 새 대표께서 오신지 얼마 안된 때이고, 대표님이 오시기 전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며 “새 대표님은 아직 업무파악도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경영기조 변화를 언급하기엔 시기적으로 볼 때 억측에 불과하다”고 항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또한 그동안의 공격적인 수주를 두고 타 업체에서 포스코이앤씨가 무리하게 수주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는 “회사 경영상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사업성이나 시장장악력을 더 고려하느냐는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업마다 전략이 다른 문제”라며 “4년 연속 4조원 이상 수주를 지켜온 점을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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