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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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 밸류업’ 정책의 기회를 틈탄 행동주의펀드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갈리고 있다. 

펀드의 활동이 주가 상승 동력과 단기 이윤 추구로 끝날 가능성이 공존하면서다.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에 편승한 과도한 주주환원 요구가 기업의 미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을 남긴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는 삼성물산·금호석유화학·KT&G·다올투자증권·JB금융지주·금호석유화학·남양유업·태광산업 등 다수 기업이 행동주의펀드 등이 제안한 주주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친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가 더욱 거세진 까닭이다. KCGI자산운용은 밸류업에 초점 맞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을 마련해 공표하기도 했다.

이달 주총부터 적용되는 이 기준은 피투자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율(ROE)·주주환원율 등이 내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이사의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등 3개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 행사를 골자로 한다.

첫 타깃은 고려아연으로, KCGI자산운용은 해당 기준에 따라 정관변경 안건 반대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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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의 명암도 뚜렷하다.

‘기업사냥꾼’으로서 적대적 M&A를 노리는 과거 사례와 달리, 최근 행동주의펀드들은 기업가치 향상 여지가 있는 기업을 선별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전략을 쓰면서다. 

일본의 밸류업 성공 이면에도 행동주의펀드가 존재했다. 

KB증권 김준섭·정혜정·차성원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일본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2520억달러로 전년 대비 2.2배 급증했다. 이들은 “일본 내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현저히 빠른 저평가 해소 속도”라고 부연했다.

다만 과도한 주주제안으로 기업의 미래 잠재 성장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펀드의 목적이 사실상 ‘주가 상승을 통한 이윤 추구’에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의 목표는 기업이 아니라, 오로지 주가를 올려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들의 요구가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주주환원, 당장의 주가 상승 방향에 치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사모펀드는 기업을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서 이익을 함께 공유하는 개념이 아니라, 짧은 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업이 능력을 뛰어 넘어서 배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충분히 배당할 여력이 있음에도 대주주의 전횡으로 주주환원을 외면해 온 기업이라면 행동주의펀드의 전략이 유효하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서 “기업은 미래를 위해 계속 투자를 해나가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암탉의 배를 가르를 형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요구를 하는 행동주의펀드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최근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을 100% 초과하는 총 1조2364억원 규모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에게 돌려주길 바랬다. 요구를 수용할 경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밸류업 분위기에 휩쓸린 행동주의펀드 요구 수용 시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향후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라고 반문한 뒤 “최악의 경우 직원을 해고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직원을 대량 해고하면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직원 개인이나 기업, 나라 경제에 과연 좋은 일일까”라면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방치된다면 향후 정부와 금융당국이 그 부작용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기적인 주가 반등을 노린 뒤 빠지는 ‘먹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되면 피투자기업이 제안을 수용하든 거절하든 상당수 주가는 오른다”면서 “단기적으로 이윤 추구 후 소위 말하는 먹튀를 한다면, 다른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주주활동 후 약 2달 만에 엑시트하며 단기 차익을 본 KCGI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에는 경영 참여 목적의 사모펀드가 피투자기업 주식을 10%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행동주의펀드의 과도한 요구에 대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산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을 방어수단으로 요구하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6일 열린 밸류업 1차 세미나 당시 “주주와의 소통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과도한 소통을 요구하거나 기관 투자자의 과도한 경영 간섭이 이뤄지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면서 “사전 단계에서 경영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미리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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