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종로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전세 사기로 인해 월세로 쏠렸던 임대차 계약이 올해 들어 전세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전세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더욱이 비싼 서울 전세 탓에 경기‧인천에서 집을 구하는 수요도 많아져 덩달아 전세 가격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계약이 이뤄진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은 62%로 전월보다 2%p 증가했다. 이는 2021년 5월(67%) 이후 약 33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40%에서 38%로 줄었다. 경기도 내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도 지난해 12월 53%에서 지난 1월 61%, 지난달 58%로 커졌다.

전세 비중이 다시 높아지는 요인으로 치솟는 월세가 꼽히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2021년 6월=100)는 지난해 7월 101에서 올해 1월 102.5로 6개월 연속 올랐다.

지난 2022년 서울시 강서구 등 빌라 밀집지역에서 터져나온 전세 사기 공포가 아파트 시장으로 확산됐고, 좀처럼 은행 금리가 내려가지 않자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결과다.

결국 월세 선호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오히려 최근 치솟는 월세를 피해 전세 사기를 감수하면서도 다시 전세로 갈아타는 세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단한 세입자들, 높은 월세 피해 다시 전세로

부동산정보기업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가운데 월세가 100만원 이상인 비중은 34.5%로 전년보다 약 2.8%p 증가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100만원 이상 월세 비중이 약 52%에 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달 월세 내는 걸 아깝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여전하고, 은행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펴져 있어 다시 전세 계약을 고려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 소득 가운데 매월 주거에 지출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월세 부담이 가계에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을 보면 2023년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79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소비지출이 증가하면서 6개 분기 연속 지출이 소득 증가율을 앞섰다.

아울러 지출 증가율 가운데 주거·수도·광열 등의 월평균 가구당 지출액은 33만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또한 월세 증가율은 8.6% 증가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거나 월세 금액이 오르면서 실제 주거비가 늘어나는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커지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서울 전‧월세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인천 등 수도권 임대차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의 전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모두 1만1699건으로 지난해 12월(1만3239건)에 비해 11.6% 줄었다.

업계에서는 서울 전세 비중이 상승하는 동안 되려 거래가 줄어든 이유를 그만큼 전세 갱신계약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월세입자들, 싼 전세 찾아 서울 탈출 중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비중은 32.4%로 지난해 12월 27.3%보다 5%p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와 인천의 갱신계약 비중도 각각 26.4%, 21.8%로 지난해 12월 25.1%와 19.5%보다 커졌지만 서울보다는 상승 폭이 작았다.

반면 올해 1월 경기도 전세 거래량은 1만7467건으로 전월(1만7057건)보다 2.4% 올랐고 인천도 1월 전세 매매량이 3135건을 기록해 지난해 12월의 2937건보다 6.7%나 증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부담스러운 월세 세입자들이 월세마저 상승하자 저렴한 전세를 찾기 위해 경기도 내지 인천시로 옮긴 것 아니냐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 1월에만 0.30% 상승해 경기도(0.20%)나 인천(0.08%) 상승률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실거래가 기준 평균 가격도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5억3469만원으로 경기도 3억1411만원, 인천 2억2447만원보다 2~3억원가량 높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이 근처는 아파트보다 빌라나 다세대가 많은 곳이라 보통 월세를 찾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작년말부터 심심치 않게 전세를 구해달라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 아무래도 월세가 올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여전히 전고점이었던 2021년과 비교해 약 10% 낮은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에서 전세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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