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홈쇼핑]
[사진=현대홈쇼핑]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T커머스(데이터홈쇼핑)의 생방송 허용 등 규제 완화를 두고 TV홈쇼핑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TV홈쇼핑 산업이 시청자 수 감소, 송출 수수료 부담 등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T커머스의 생방송 규제까지 허용된다면, 경쟁 기업이 늘어나 업계 간 과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7일 TV홈쇼핑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최근 T커머스의 생방송 허용을 검토 중이다.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모두 방송법상 방송채널사업자로서, 홈쇼핑으로 승인받아 상품 소개와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TV홈쇼핑의 경우 TV방송채널사업자로서 아날로그 TV를 기반으로 하며, 생방송 진행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채널사업자로 디지털TV 기반으로하며, 생방송 비허용을 전제로 사업을 승인받아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같은 ‘홈쇼핑’ 사업을 전개하지만 사업 영역이 구분된 셈이다. 

이에 따라, T커머스는 매진 임박, 매진 등 실시간 판매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구매자 반응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 상품 영상이 전체 화면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화면비율 규제도 받아왔다. 

변화는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론하자, T커머스 업계는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설 대신 기존 사업자에게 생방송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으로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이 존재하며, T커머스 판매 상품 중 70%가 중소기업 제품이기 때문에 굳이 신규 경쟁 채널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생방송 송출 금지 규제가 가이드라인으로 명시됐을 뿐 법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았고, TV홈쇼핑 간 경계도 모호해져 규제를 푸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한국방송학회는 29일 서울 광화문 스페이스에이드 CBD제니스홀에서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학회는 29일 서울 광화문 스페이스에이드 CBD제니스홀에서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T커머스 사업 승인 전제 ‘생방송 금지’

이에 TV홈쇼핑업계는 즉각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당초 생방송 금지를 전제로 T커머스 사업을 승인한 정부 취지와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방송학회는 지난달 29일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T커머스의 생방송을 허용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은 기업의 불확실성 증대 및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발제를 맡은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홈쇼핑 역무 구분에 대한 정책 변화는 TV홈쇼핑과 T커머스 간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한 홈쇼핑 산업의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산업에 미칠 영향,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하 교수는 T커머스 생방송 허용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위배 △방송법 규율 체계의 모순 야기 △T커머스 도입 취지 몰각 △선호 채널대역 진입 경쟁 심화로 인한 송출수수료 과다 인상 초래 △시청자 복지 훼손 △T커머스 채널의 생방송 투자비용 증가 여파 등의 문제점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TV홈쇼핑업계는 T커머스와의 경계가 흐려지면 좋은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송출수수료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이로인해 판매수수료율이 인상되면 결국 납품업체의 부담이 덩달아 커질 수 있고, 종국에는 산업 전체가 쇠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그간 TV홈쇼핑업계는 과도한 송출수수료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왔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2022년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 9065억원에 달했다. 2018년(1조 4304억원) 대비 33.3%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 또한 2018년 46.1%에서 지난해 65.7%로 급상승했다. 홈쇼핑사가 TV에서 상품 판매를 통해 100원을 벌면 66원을 수수료로 지불한 셈이다. 

이 외에도, T커머스 생방송 허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정부가 이번 기회에 확실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한 전문가는 “T커머스는 방송법상 TV홈쇼핑과 T커머스 역무 구분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생방송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T커머스 역무 및 운용 규정을 명확히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불필요한 논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홈쇼핑사 한 관계자는 “별개의 사업권이 동일한 서비스로 변질돼 종국에는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OTT로 죽어가는 국내 방송시장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인다. 유료방송과 중소기업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 변경인 만큼, 정부는 시간을 두고 사업자와 충분히 소통해 갈등을 풀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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