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의 경영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의 경영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전자업계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급격한 하락세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OB(올드보이)’들을 다시 중용하면서 각 사업부문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들의 복귀 이후 글로벌 시장의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한 수출 물량 증대를 비롯해 현지 시장에서의 비중 확대 등 각 부문의 약진을 위한 유의미한 실적들이 이어지면서 향후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의 하락세와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OB 중용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OB들이 핵심기술 개발 지휘부터 사업부문의 총괄 등을 경험하며 쌓아온 밀도 높은 노하우와 고도의 기술 전문성을 현 사업부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녹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삼성에서는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으로 선임됐다.

전 부회장은 2022년 3월 삼성SDI CEO 임기를 마쳤으며,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거친 국내 대표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999년부터 삼성전자에 재직하며 약 20년간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아 왔으며, 2017년 배터리 발화 사건 당시 삼성SDI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LX세미콘은 오는 31일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 전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출신으로, LG전자 TV사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2012년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뒤 2019년 물러날 때까지 약 8년간 LG디스플레이를 이끈 바 있다. 무엇보다 LG디스플레이의 23분기 연속 흑자 신화를 쓴 주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LX세미콘의 매출 구조상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 중심의 역량 강화 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사진=각 사]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사진=각 사]

LG디스플레이의 경우 OB로 보긴 어렵지만, 본사 출신의 전문가를 CEO로 불러들여 개혁에 나선 케이스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정기 이사회를 거쳐 정철동 전 이노텍 사장을 본사 신임 최고경영자로 선임하는 것을 비롯한 2024년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정 사장은 지난 40여 년간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LG화학, LG이노텍 등 LG그룹의 주요 부품·소재 부문 계열사를 두루 거친 것은 물론, B2B 사업과 IT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 5년간 LG이노텍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저성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등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A그룹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위축으로 지난해 실적 하락이 불가피했지만, 역량 강화를 통한 점유율 확대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주요 OB들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관련 사업부문의 개혁과 신규 사업의 개편이 이뤄지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지표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급격한 시장 위축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현황은 이들의 인선을 기점으로 크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는 각 기업의 OB들이 지닌 고도의 기술 전문성과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신(新) 사업전략이 시장에서 주효한 역할을 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문에서 정부가 발표한 지난달 기준 반도체 수출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대비 66.7% 증가한 99억달러를 기록하면서 크게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1월보다도 6억달러 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2월 수출은 60억8000만달러로 증가율이 전체 반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108.1%를 기록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모바일 메모리 탑재량 증가를 비롯, AI PC 신규 출시 등의 호재에 따라 수출 물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 중국, 아세안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량이 증가한 것도 반도체 시장의 훈풍으로 작용했다. 지역별 반도체 수출 비중을 감안하면 이들 시장의 총합은 70%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북미 중심의 IT OLED(자체발광형 유기물질) 수요 확대를 기점으로 하이엔드 TV,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확실한 반등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OLED 비중은 37%로 지난해 35.9%에서 소폭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OLED가 기존 주력 시장인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IT, 자동차 등에 확대 적용됨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수출 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정부의 지원 규모도 크게 확대 중이다.

정부는 올해 첨단산업 초격차와 공급망 안정화 등을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의 소재부품 기술개발에 올해 총 1조141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185개 공급망안정품목에 대한 기술개발에도 586억원을 신규로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신규투자(101억원) 대비 5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이와 관련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모색할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부문의 수율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도모해 시장 내 입지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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