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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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지난달까지 수주 목표치의 40% 가량을 채우면서 연초부터 선박 수주에 청신호를 켜고 있는 반면 한국·중국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 조선업계가 속속 시장 철수를 결정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국내 업체들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4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12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이 지난달 16일 올해부터 신규 상선 수주를 않기로 발표해 사실상 조선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들은 그간 조선 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자 이를 대신해 해상풍력 등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스미토모가 지난해 수주한 선박은 11만5000DWT급 유조선 6척에 불과하다.

일본조선업계는 1980년대 세계 시장 절반을 차지했고 2000년대만 해도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조선 강국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규 수주량 점유율 11%를 기록하며 쇠퇴했고 올해 들어 지난 1월까지 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일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여파가 거세게 불고 있다. 앞서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부 도크를 매각하는 등 사업을 축소했고 미쓰이E&S는 최근 조선소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는 이같은 일본 조선업의 몰락을 두고 1990년대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최근엔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가 심화되며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본 조선업계 올 1월 점유율 4%로 주저앉아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중국 조선사(신다양조선)가 일본 선사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수주를 따내면서 현지 조선업계의 불안감을 키웠다. 6만4000DWT급 소형 벌크선이지만 자국 선사 발주물량에 의존해온 현지 조선업계로서는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일본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조선사들은 조선업계 제2의 호황기에 발맞춰 수주량을 늘리고 있고 여기에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건조 슬롯 부족 문제들이 겹치면서 상당수 수주 물량이 중국 조선사 몫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국 조선사들이 메탄올 선박 수주에 나서는 등 친환경 선박 건조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조선업계와의 기술 격차 전략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중국 칭다오양판조선이 세계 첫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고 연초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추진선 18척도 모두 수주했다.

이에 그간 세계 조선업계 주도권이 유럽에서 일본, 지금은 한국으로 넘어왔지만 최근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글로벌 시장 상당수를 중국 조선사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팽배하다.

이와 더불어 업계는 주도권 확보의 주요 요인으로 기술 격차와 함께 인력 수급 문제를 꼽고 있다.

실제 일부 선사들은 국내 조선업계의 인력난에 대해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인도가 지연될 경우 조선업계도 막대한 지체보상금을 내놔야 하지만 선사들로서도 선박 투입이 지연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종사자 수는 9만3000여명이다. 2022년 9500명 대비 소폭 감소했고 조선업계 장기 불황이 시작된 2014년 당시 20만명과 비교하면 50%이상 감소했다. 장기 불황과 대규모 구조 조정을 거치면서 10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 조선업 종사자수 장기 불황 직전 대비 50% 감소

이에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해 연간 약 1000만 CGT에 달하는 국내 적정 생산량을 감안해 올해부터 1만2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는 2027년에는 약 1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기존 인력 이탈 가속과 신규 인력 유입 가속, 특히 숙련공의 이탈은 조선사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숙련공 부족으로 건조 작업이 조금씩 밀리고 있다”면서 “2016년 전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탈한 용접 숙련공들이 주요 육상 건설현장으로 유입됐다. 이들은 조선소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임금도 높고, 업무 난위도가 낮다는 점을 들어 복귀하려 하고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정부는 생산 인력과 고급 인력 확충을 위해 대안으로 외국인근로자 양성 및 투입, 스마트조선소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곡면용접, 밀실용접 등 여전히 사람밖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많기에 당장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잃은 이유 중 하나로 인력난 심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외국인근로자에게만 기댄 것이 패착이 됐다”면서 “일본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한국 조선사들 역시 인력난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 조선사들이 그간의 값싼 선박 수주에서 벗어나 친환경 시장 진출을 서두루고 있다”며 “최근 카라트에너지의 2차 물량에서 Q-Max 급 선박을 두고 한국 조선사들이 기피하자 중국 후동중화가 수주하게 되는 등 시장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행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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