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지난달 26일 1차 발표한 ‘기업 밸류업’이 알맹이 없는 정책으로 평가받자 정부가 '세제지원' 등 구체적 혜택을 강조한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당근과 채찍’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장사뿐 아닌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7월 발표를 목표로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앞서 1차 방안에서 공개한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의 혜택만으로는 상장사의 참여를 유인하기 어려워서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배당·자사주 소각 관련 세금 감면, 주주환원 우수 기업의 세무조사 유예 등이 강조된다. 

상장사뿐 아닌 투자자에 대한 당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주환원 우수 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책을 만들자는 의미다.

가장 유력시 되는 방안은 배당소득세 손질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22년 발표를 보면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영국·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0% 정도에 그친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증시에서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업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배당 소득세율을 낮추고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실하게 배당성향을 늘린 기업에 한해 (배당소득세율 인하 등을) 적용한다면 배당성향 확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식투자 관련 세금의 전면적인 개편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의 경우 증권거래세 0.2%만 받을 뿐 소득세나 배당세가 없다”면서 “한국은 주식 관련 세금을 다 받다 보니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세제지원책과 함께 소액주주 이익 제고를 ‘이사회’ 의무로 두기 위한 상법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는 경영권 위축을 우려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 균형을 맞추면 된다. 

가장 유력시 되는 방안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다. 포이즌필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 등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 기존 주주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시스템으로, 경제단체들이 지난해 11월 도입을 정식 건의한 바 있다.

코스닥 기업 IR 담당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최대주주의 권한이 너무 세기 때문에 세제 인센티브만으로는 이상적인 (밸류업) 그림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면서 “실질적인 밸류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법개정과 함께 포이즌필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금융위원회는 기업 밸류업 관련 내용을 ‘스튜어드십 코드’ 판단 기준에 포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에 착수했다. 

주주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좀비기업’ 퇴출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밸류업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주주의 외면을 닫아 자연스럽게 주가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패널티로 볼 수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상장폐지를 하면 그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도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2차 방안에는 거래소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길 전망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정기보고서에 넣는다면 조금 더 강한 방안이 될 것”이라면서 “계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거래소의 개입을 명문화하는 내용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일부 논란에 부딪힐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간담회, 설문조사, 세미나 등을 통한 전방위적인 의견수렴 후 5월 2차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증권시장뿐 아니라 상장사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방향만 제시할 뿐, 민간기업에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상장기업과 함께 협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의 중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참여 동인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린 (기업이) 개인 위주인 데다 상속세가 너무 세다. 그런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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