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 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 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저점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

‘기업 밸류업’ 1차 발표에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상장사 참여 독려 방안’에 국내 증시가 휘청이자 ‘중장기적 접근’이 강조되며 이 같은 진단이 나왔다. 

다만 맹목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집착에는 경고음을 울렸다. 주주환원 의지나 여력이 없다면 밸류업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저PBR, 즉 주가 저평가 상태에 머무를 수 있어서다. 

정책에 발맞춰 실질적인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1차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6일 이후 29일까지 ‘KRX보험’과 ‘KRX은행’ 지수는 2%대 내렸다. ‘KRX300금융’ 지수도 1.9%가까이 미끄러졌다. ‘KRX자동차’와 ‘KRX증권’은 가까스로 하락을 피했으나 상승 폭은 0.2~0.3%대에 그쳤다.

이들 지수는 앞서 정부가 밸류업 도입을 예고한 1월 17일부터 1차 발표 직전인 2월 23일까지 20%대 급등한 바 있다. 알맹이 없는 발표에 상승동력을 잃은 셈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호재 소멸’이 아닌 ‘단기 조정’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저점 기회로 삼으라는 주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에 대한 실망이 있지만 정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면서 “지금은 정책의 스텝2가 시작되는 단계이고 정책의 강도는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밸류업 기업의 조정은 사야할 조정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병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을 먼저 시행한 일본 사례에 빗대어 중장기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도 처음부터 정책의 강제성이나 강력한 상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된 정책 방향성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호응했고 투자자의 행동 변화가 일어나며 중장기 레벨업이 진행된 것”이라면서 “과한 기대감은 되돌려야겠지만 지금은 이벤트 소멸이 아닌 시작점”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정부는 5월경 밸류업 2차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이후 6월 가이드라인 확정, 9월 밸류업 지수 개발, 연내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 절차를 밟는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을 추가하는 내용과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 방안도 준비되는 대로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아직 상승 모멘텀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밸류업 수혜주의 옥석 가리기와 함께 멀리 보는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재구성]
[이미지=픽사베이, 재구성]

밸류업 수혜주의 핵심은 단연 PBR 1배 미만의, 이른바 저PBR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실제 기업의 행동으로 연결됐을 때 주가가 강하게 반응했던 것을 일본 사례에서 확인했다”면서 “저PBR주에 대해선 조정 발생 시 매수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PBR 개선 의지가 없는 종목에 대한 접근은 위험하다. 밸류업 정책으로 상장사 전반의 PBR이 높아질 경우,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반감돼 급락세를 맞이할 수 있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PBR이 낮은 동시에 이익 지속성과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밸류업 1차 발표 이후 2거래일간 저PBR 종목이 대거 급락할 때 메리츠금융지주가 나홀로 3.51% 상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3년 회계연도부터 3년이상 주주환원율 50%를 약속했던 이 회사는 22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호실적 발표와 함께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시사했고, 이것이 추가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PBR 1배 이상인 기아가 밸류업 수혜주로 묶이며 외국인 순매수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아는 최근 배당성향을 20%에서 25%로 높인 바 있다. 

지난주 200억원 안팎의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삼성물산, SK스퀘어, KT 등도 마찬가지다.

박소연·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1차 밸류업) 간담회에서 밸류업 인덱스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인덱스 편입 조건은 ‘1배 이상 PBR 개선 가능성’이 될 전망”이라면서 “필터링 조건은 저PBR 유니버스와 현금 보유 및 창출 능력으로 추릴 수 있고, 배당 확대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세제 정책 발표에 따른 차별적 접근을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세부적인 정책에 따라 수혜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주주환원의 지속력으로 보면 금융업이 중심이나, 세제개편 강도가 높을수록 제조업의 수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형주 수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역시 종목 선별 기준은 주주환원 의지와 여력이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중견·중소기업은 이제 막 1세대에서 2세대로 지배구조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3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기록 중인 대기업과 달리 향후 주주환원율 상승 여력이 높아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저평가주 강세는 중소형주로 확산될 것”이라면서 “일본의 밸류업 정책이 기업의 행동변화를 수반해 중소형 강세를 1년 이상 이끌었던 만큼 향후 한국 중소형주 시장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주주총회 시즌 전후 기업의 정책 변화, 정부 정책의 추가적인 모멘텀 감안 시 중소형주의 위험대비 수익기대는 높다”면서 “(밸류업 수혜주로서) 오른 것이 없기에 선제적인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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