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경선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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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건설업계의 심각한 침체와 각종 리스크의 여파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상위건설사가 지은 ‘브랜드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건설사 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주요 청약시장에서 브랜드아파트 물건들이 두 자릿수대 경쟁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반건설사들의 공급 아파트 경쟁률이 한 자릿수까지 주저앉으면서 시장 불균형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청약자 112만여 명 중 74만여 명이 10대 건설사 브랜드아파트에 청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자들 중 전체의 70% 가량이 10대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를 선택한 것으로, 전체 공급단지 251곳 가운데 10대 건설사 브랜드아파트는 87곳(34.7%)에 불과했다. 대다수 청약자들이 10대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를 두고 경쟁한 셈이다.

이처럼 브랜드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은 뛰어난 상품성과 높은 인지도뿐 아니라 시장 여건의 악화로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건설사들의 브랜드아파트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기조가 강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투데이가 지난해 11월 오픈서베이(설문조사기관)를 통해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분양시장 수요자 인식조사’에서도 건설사 브랜드가 분양시장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분양시장에서 브랜드는 수요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답으로 ‘보통 이상 영향을 미친다’가 51.9%로 1위를 차지했으며, ‘매우 영향을 미친다’가 26.1%, ‘보통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20.1%로 조사돼 약 98%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1.3%, 0.6%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10대 건설사 브랜드아파트 총 87개 단지의 청약 1순위 평균 경쟁률은 31대 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머지 일반건설사에서 공급한 아파트 평균 경쟁률 9.9대 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같은 10대 건설사 브랜드의 인기는 올해 들어 더 높아지고 있다.

올해 1순위 평균경쟁률은 35대 1로 기타 공급단지 평균 경쟁률(3.95 대 1)의 9배에 달했다. GS건설이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메이플자이’는 81세대 일반공급에 3만5828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려 평균 4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는 우수한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수요자들의 높은 신뢰도에 힘입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의 불안한 시장 상황이 이러한 수요를 더욱 키웠다”라며 “무엇보다 시장 가치만 놓고 보더라도 브랜드아파트 단지의 가격 안정성과 상승 여력이 더 높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양극화 실태는 지방에서 더욱 뚜렷하다.

대기업 건설사들의 유명 브랜드아파트들은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이 몰리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10대 건설사 아파트는 올해 지방 청약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이어갔다.

충남 아산시에 공급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는 지난 1월 청약에서 3만3000명 이상 몰려 평균 52대 1을 기록한 것은 물론, 단기간 완판에 성공하면서 브랜드아파트의 아성을 증명했다.

이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의 악조건에도 1군 브랜드아파트의 시장성을 믿고 청약에 나선 수요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반면 일반건설사 아파트는 기존 물량조차 해소하지 못한 채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악성 미분양 물건으로 치부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2458가구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약 84% 수준이다.

이와 관련, 분양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안정성 등의 이유로 10대 건설사 아파트 위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분양시장 자체가 대기업 건설사들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그러한 불균형이 심화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각종 채무 문제부터 부도 위기까지 나돌고 있는 건설업계의 상황으로 수요의 쏠림 현상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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