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선호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최고세율 50%에 달하는 과도한 과세 기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승계 걸림돌로 작용 중인 상속세 개편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2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2년 기준 600개의 중소기업 대표, 임원중 83.4%가 자녀에게 승계했거나, 승계 중이거나 승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느끼는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가업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이 28.5%,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 교육 부재’가 26.4%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협회 회원사 대표 7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역업계 가업승계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가업승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없음’이 23.8%, ‘아직 결정을 못 함’이 31.2%로 집계돼 전체 절반 이상이 승계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업승계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 ‘상속세,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40.2%로 가장 많았다. 가업승계와 관련한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응답자의 74.3%가 ‘조세 부담’을 꼽았다. 세금 등의 문제로 가업승계 대신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한 응답자도 42.2%에 달했다.

이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에 달하는 상속세율로 인해 가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등 영속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기업을 상속할 땐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고려하면 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이는 일본(55%)보다 높은 수치다.

상속세 부담이 크다 보니 일부 기업들은 우회 증여에 나서고 있다.

기업을 상속‧증여받을 자녀 명의로 다른 회사를 세운 뒤 기존 회사의 역량을 신규 회사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 인수합병(M&A)을 선택하기도 한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을 비롯해 쓰리쎄븐, 유니더스 등이 상속세 부담에 사모펀드에 팔렸다. 문제는 기존 기업의 역사와 정체성, 수십 년 축적해 온 기술·경영 노하우 등이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상실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기존 고용 인력에 대한 고용 유지를 장담할 수 없어 오너 일가와 피고용인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케이스다.

이에 정부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가업 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운영 중이지만, 사후관리기간(5년) 고용‧지분율 유지, 업종 변경 제한 등의 과도한 기준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최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속세 경감·면제 방안의 경우도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로만 국한하기 때문에 사실상 혜택으로 보기 어렵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를 완화·폐지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제도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승계 시 발생하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