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정부가 ‘원전최강국’ 도약을 위해 원전 생태계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며 원전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중위)에서 여야는 여전히 고준위특별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동안 10여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실정이다.

관건은 시간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3~4월에 임시국회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논의 중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신규원전 건설이 반영되면 고준위특별법 처리는 어렵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위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가제)’를 설치해 처리시설 부지 선정·설치, 유치 지역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모두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으나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과 관리시설 목표시점 등 세부 내용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 3∼4기 건설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어 고준위 특별법이 21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셈이다.

◇21대 국회서 여야 합의 ‘결국 실패’

야당이 고준위특별법 처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번 법안 통과가 자칫 원전 확대에 힘을 실어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특별법 법안 내용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기반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국회 산중위 전체회의에서 통과하면 5월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며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산중위 회의 개최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4월 총선이 종료돼도 이번에 산중위만 통과되면 5월 본회의 의결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고준위특별법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우선 지금 법안이 통과돼도 원전 내 중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최소 7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꼽힌다. 더 이상 법안통과가 늦춰지면 7년 후 원전 가동률을 낮출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다.

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경상남도 창원시를 찾아 “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대규모 원전산업 지원을 약속한 데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친원전 프레임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최근 앞으로 5년에 걸쳐 4조원 이상을 원자력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원전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산업지원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원전 덕분에 값싼 전기 생산이 가능하고 산업단지 주변에 다양한 업종이 생긴다”며 “원자력은 우리 에너지 안보상 굉장히 중요하다. 국민의 민생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원전이 곧 민생이다”고 말했다.

신한울 1‧2호기 전경. [사진=한수원]
신한울 1‧2호기 전경. [사진=한수원]

◇원전업계, 원전지원보다 ‘고준위특별법’이 시급

하지만 원전업계에서는 정부가 원전 연구개발과 관련 중견‧중소기업 등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하기에 앞서 고준위특별법 세부법안 사항에 이견을 보이는 야당을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자동 폐기 위기에 몰리자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원전지역, 산·학·연, 유관기관, 미래세대, 일반국민 등 600여명이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인 자리에서도 이러한 성토가 나왔다.

고준위 연구·개발(R&D) 분야 전문가들을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인 고준위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산업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도 성명을 통해 “원전산업 활성화와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21대 국회가 협치와 합의의 정신으로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발전량이 10대 국가 가운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 선정조차 시작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인도밖에 없다”며 “고준위특별법은 신규원전 건설과 무관하게 국민 생활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전 관련기관 관계자는 “이번이 아니면 끝이라는 각오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5월 임시회에서라도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며, 22대 국회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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