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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밸류업, 이대로 끝나나”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아직 살아있다”

국내 증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자 개인투자자가 혼란에 빠졌다.

주주환원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기업의 참여를 ‘강제’가 아닌 ‘권고’로 결정하자 기업 밸류업 수혜주로 부각된 ‘저PBR 종목’의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6일 28개 KRX지수 가운데 △보험(-4.30%) △은행(-3.61%) △300금융(-3.19%) △증권(-2.74%) △자동차(-2.07%)은 나란히 수익률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모두 밸류업 수혜주로 부각된 업종이다. 

해당 지수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지난달 17일부터 발표 직전인 이달 23일까지 16거래일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다.

KRX보험지수가 27.12% 오른 가운데 △증권(22.75%) △300금융(22.63%) △은행(21.14%) △자동차(20.75%) 등이 20%대 상승을 기록, 평균 수익률(8.27%)을 크게 상회했다.

저PBR 종목의 급등락에 증권가는 “알맹이 없는 기업 밸류업 1차 발표에 실망 매물이 출회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들 지수는 편입 종목 대다수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KRX보험지수와 증권지수의 경우 편입 10개 종목 모두 하락했으며, 은행지수 편입 종목 중에서는 PBR 2배 이상으로, 저PBR이 아닌 성장주로 분류되는 카카오뱅크(0.17%)를 제외하고 일제히 내렸다.

KRX300금융에서는 카카오뱅크와 메리츠금융(3.15%) 외에 줄하향 했다. 메리츠금융의 경우 최근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 의견이 쏟아지며 예외적인 상승동력을 얻었다.

KRX자동차지수의 경우 20개 중 11개 편입 종목이 하락했다. 특히 대표 저PBR주로 분류된 현대차(-2.05%)와 기아(-3.21%), 현대모비스(-2.43%) 등 낙폭이 두드러졌다.

김대김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셀온(고점 매도)이 발생하며 하락했다”면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밸류업을 추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기업의 자율 참여, 또 구체적인 세부안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투자자의 실망감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다만 중장기적 기대감은 유효하다. 5월 예정된 밸류업 2차 방안 발표에 추가 인센티브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밸류업 1차 발표 직전에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밸류업 지원방안은 우리 증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첫 단추”라며 추가 세제지원 방안과 이사회 책임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추진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제에 세제 혜택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차익 매물 출회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5월 밸류업 2차 세미나가 예정돼 있고 KRX 밸류업 지수 추종 ETF 출시도 후속돼 있는 만큼 부족했던 부분이 보완돼 정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파는 조정이 아니라 사는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저PBR 테마의 소강상태가 예상되지만 5월 2차 세미나 전후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 사례에서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연기금 위주의 매수세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부각된 주주행동주의도 기대요인이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주주총회 전후로 한국의 주주환원 이슈는 또 한 번 진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밸류업 지수와 스튜어드십 도입은 긍정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형 밸류업 지수 출시를 통한 연기금의 참여 독려, 기업가치 제고 노력의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은 한·일 밸류업 방안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면서 “이를 통한 기관투자자 수요 기반 확충 노력 등이 뒷받침될 때 한국의 기업 밸류업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PBR0.4~0.8배 기업 중심 매수 전략을 제안했다.

하 연구원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지만 조정 폭은 비슷했던 것은 0.8배 이상 기업들”이라면서 “저 PBR 기업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데, 0.4배 이하 기업은 여전히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0.4~0.8배 기업을 조정 시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베일을 벗은 기업 밸류업의 주요 내용은 △상장기업의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공시 △기업가치 우수기업 선정·인센티브 △코리아 밸류업 지수·상장지수펀드(ETF) 개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 △시장·업종별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 등이다.

정부는 중장기 과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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