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Freepik]
보건복지부의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Freepik]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정부가 디지털헬스케어법 추진 방침을 공개하자 곳곳에서 반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환자 의료데이터가 민간기업으로 전송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음에도 정작 보안 대비는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올해 중 제정,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환자 데이터를 당사자·의료기관에만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법은 환자의 요청·동의를 전제로 민간기업 대상으로도 건강정보 전송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러자 민감한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의료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7.2%는 우려사항으로 ‘민감정보 유출’을 꼽았다. 이외에도 ‘사용 목적을 알 수 없음’ 28.4%, ‘상업 목적 활용 가능’ 12.6%, ‘보험 가입 제한 등 불이익 가능성’ 11.7% 등이 뒤를 이었다.

시민단체도 상업적 활용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상의료본부 측은 “디지털헬스케어법이 통과되면 개인정보가 영리기업들에게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서 “민감한 병력과 가족력, 유전·건강정보 등이 기업으로 넘어가면 보험사들은 이런 정보를 빌미로 자신들의 시장을 넓혀 건강보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송된 개인 의료 데이터의 유출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기업 ‘23앤드미’가 해킹을 당해 환자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당시 해커들이 ‘DNA 친척’이라는 기능을 통해 접근한 프로필은 550만개, 가계도 하위 정보는 14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에도 회사는 회원 데이터가 손상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병원들이 여전히 보안 취약점을 노출한 상태로 나타났기 때문. 보안전문기업 프루프포인트의 연구 결과, 국내 공공종합병원의 78%가 병원 정보보호에 필수적인 이메일 인증 프로토콜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병원 중 22%만이 해당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모니터 수준’에 불과했다.

데이터 전송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도 디지털헬스케어법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의료기관과 데이터 활용기관 간 원활한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의료기관에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금융 마이데이터의 경우 개별 금융기관이 연간 1억9000만원을 지출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가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진화에 나섰다. 해당 법안은 건강정보의 제3자 전송 등 규정 보완 법률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 법의 취지는 전송 대상 의료정보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의료정보 활용기관의 요건을 의료정보의 민감성을 고려해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질병·장애 등을 사유로 개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지털헬스케어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고객정보 다량 유출 등 사이버 보안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시대인데 국회가 계속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정보의 틈새를 열어주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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