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엘리베이터]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로서 경영권 흔들기를 지속해온 쉰들러 측이 최근까지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확보에 힘이 빠지면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고개를 들고 있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스위스기업인 쉰들러 홀딩 아게는 지난 20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0.07%를 추가로 매각해 현재 11.2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로 그간 지속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경영권 인수에 눈독을 들여왔다.

하지만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쉰들러는 주식을 취득한 이후 지난해 처음 매각에 나선 이후 꾸준히 처분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주식매도전 16.25%였던 지분률은 지난 20일 기준 11.25%로 줄어 8개월여만에 약 5% 가량을 처분했다.

이들의 행보에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쉰들러는 10%대 지분율을 보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어 전량 매각 등의 극적인 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현 회장 지분 매각, 분쟁 명분 없어···주가도 굳건

하지만 지난해까지 소송 등을 통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가와 갈등을 빚어왔던 양상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쉰들러 측은 현 회장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2700억원의 배상금 강제집행을 통해 경영권을 가져오려 했지만 신속히 배상금이 지급돼 실패했고, 현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을 흔들기 위해 지속적 지분 매각으로 주가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고배를 마셨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섰고 최근 자사주 취득에 미온적으로 전향한 이후에도 주가는 현재 4만원대를 기록하며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현 회장이 지난해 소송 리스크를 일단락 지었고 그 과정에서 사모펀드 H&Q가 백기사로 등장해 아직 상환 부담은 남아 있지만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 매각·지배구조 개편 등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 회장의 통큰 결단이 그룹뿐만 아니라 주력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이 지난해 사임하고 현재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선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명분이 없는 만큼 지속된 지분 매각은 단순 투자금 회수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더욱이 쉰들러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유의 2위의 명성을 얻고 있지만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흡수합병해 설립된 쉰들러엘리베이터는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최근 7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이들은 2022년 매출액 578억원,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쉰들러가 국내 시장 개척을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를 눈독 들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얘기다.

또 쉰들러 측은 지난해 8월 쉰들러코리아 대표이사를 교체해 일각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불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거나 한국 내 자체 사업을 챙기기 위한 전략 변화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쉰들러 측이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함과 동시에 주총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로 전향해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도 들린다.

◇ 발빼는 쉰들러, 캐스팅보트로 유리한 고지 눈독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쉰들러와 갈등이 극에 달했다면 하반기 들어 행동주의 펀드인 KCGI자산운용 측이 공세를 펼치면서 오는 3월 주총 역시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KCGI는 지난해 8월 주주서한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가 되는 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사측이 주주제안을 막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임의로 선정했다며 지난해 12월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사측이 추천한 두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 측 감사위원 후보를 제안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KCGI는 또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 도입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KCGI 측은 쉰들러에게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명재엽 KCGI 운용팀장은 지난해 11월 “쉰들러 등 주주는 KCGI와 같은 주주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생각을 같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두고 쉰들러 측은 KCGI를 지지한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IB업계에서는 쉰들러가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엑시트에 적극 나설 경우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데에 치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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