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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에 빨리 탈출해야 한다.”

2월 들어 개인투자자의 K증시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

기업 밸류업 정책의 ‘증시 우상향’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차익실현 기회로 삼으며 투자자금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겼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개인은 기업 밸류업 도입이 예고된 1월 17일부터 2월 23일까지 총 7조4641억원 순매도했다. 

1월 17일부터 31일까지 11거래일간 6448억원을 순매도한 개인은 2월 들어 더 많은 순매도 물량(6조8194억원)을 쏟아냈다.

동기간 8조452억원 매수 우위를 보인 외국인투자자와 대비된다.

개인은 특히 현대차, 기아, 삼성물산, 하나금융지주, KB금융 등 ‘밸류업 수혜주’에 매도세를 집중했다.

기업 밸류업 수혜주를 장기 우상향 기대 종목이 아닌 ‘정책 테마주’로 인식한 결과다.

증권가 관계자는 “일본 밸류업 당시 뒤늦게 진입해 정책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외인 투자자가 빠르게 움직였고, 이로 인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면서 “이에 개인은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K증시에서 탈출한 개인은 미국과 일본 증시로 향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21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약 2조5476억원(19억1750만달러) 순매수했다. 일본 증시에서도 약 2183억원 매수 우위를 취했다. 보관금액은 미국서 약 91조261억원, 일본서 약 5조1713억원 규모다. 

한 전문투자자는 “뉴스가 뜨면 (주가가) 오르는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 증시는 ‘뉴스에 팔라’는 말이 나올 만큼 투자자 불신이 상당하다”면서 “한국의 기업 밸류업을 기대하기보다는 우상향하는 미국, 일본 증시에 배팅하는 게 수익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이 K증시 이탈을 부추겼다”고 해석했다.

미국과 일본 증시는 최근까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1월 2일부터 2월 22일까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59% 상승해 사상 첫 39000선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7.26%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본 대표지수 니케이225는 1월 4일부터 2월 22일까지 17.45% 급등하며 34년 전 ‘거품경제’ 시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한국은 코스피가 0.21%, 코스닥이 1.00% 내렸다. 기업 밸류업 예고 이후 각각 9.38%, 4.45%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정책 재료 배제 시 전체 증시 흐름은 하향세였던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구심은 증권가에도 존재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방향성은 옳은 방향이나, 법안 개정은 어렵고 기업을 독려하기 위한 수단이 궁색한 것은 정책의 한계로 남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PBR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것은 맞지만 11배까지 상승한 한국 증시는 과거 사례를 생각할 때 저렴하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제도 개선은 한계가 있어 미래의 밸류에이션이 과거와 다르다고 전망하기는 어렵다”면서 “한 차례 레벨업은 가능하겠으나 정책의 결과로 증시가 지속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요 정책 수혜 종목이 단기간 급등한 점도 추가 상승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정책 예고 후 약 2~3주만에 일본 증시의 2개월 움직임이 대부분 반영되는 등 과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면서 “일본은 2년에 걸쳐 발표한 정책을 마치 2월 중에 모두 발표해야만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논리로, 기대를 상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며 기대를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 밸류업 기대를 이어갈 추가 정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하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경우 정책 발표 후 약 2개월간 상승 후 초저PBR기업을 중심으로 조정이 나타났으며 이후 후속조치가 발표되면서 다시 저PBR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본격화했다”면서 “2월 발표될 정책 내용보다 오히려 추후에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발표되는지 여부 또는 그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 저자인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은 최근 열린 주주환원 세미나에서 “(일각의 의구심은) 장기간 우상향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팀장은 “기업 IR 담당자를 만나보면 주주환원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면서 “정부의 제도 변화는 물론 행동주의 펀드 및 주주연대를 비롯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 기업 경영진 세대 교체에 따른 주주환원 의지가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하나가 한국 증시의 명운을 다루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충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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