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산 원인으로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꼽는다. 엔씨소프트의 쓰론앤리버티를 두고는 ‘개고기 탕후루’ 같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진=Freepik·조이나스 게임스, 그래픽=이승준 기자]
업계에선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산 원인으로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꼽는다. 엔씨소프트의 쓰론앤리버티를 두고는 ‘개고기 탕후루’ 같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진=Freepik·조이나스 게임스, 그래픽=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국내 게임사가 중국 현지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막상 국내에선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출 톱10 게임 중 절반이 외산으로 나타나면서다. 이처럼 ‘본진이 털린’ 이유로는 국내 게임 스타일에 누적된 피로도가 지목된다.

지난 2일 중국 경제미디어 차이리엔서는 이날 오전 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이 올해 처음으로 외국산 게임 32개에 대해 외자판호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외자판호는 중국에서 외국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허가권을 의미하며, 텐센트·넷이즈 등 현지 퍼블리싱 업체를 통해 서비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넥슨’, ‘넷마블’, ‘네오위즈’ 등이 판호를 획득했다.

정작 업계에선 ‘본진이 털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역으로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공략 또한 거세지고 있어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분석 결과, 이달 5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 순위에서 상위 10개 게임 중 절반을 외산 게임이 차지했다. 동시에 톱5 중 과반이 중국산이기도 했다.

현재 양대 앱마켓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도 중국 ‘조이나스 게임스’가 지난달 22일에 출시한 방치형 RPG ‘버섯커키우기’다.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중독성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게임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불리던 ‘리니지’도 이 게임에 밀리자 업계 내에서 주목도가 더욱 올랐다.

업계에선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영향력 확산 원인으로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꼽는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색인 국내 게임에 이용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들어 국내 게임사 사이에선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 ‘제노니아: 크로노브 레이크’ 등 대형 MMORPG가 잇따라 출시된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쓰론앤리버티(TL)’에 혹평이 쏟아진 것도 MMORPG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피로도를 방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엔씨가 TL을 출시하자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선 “개고기 탕후루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회사가 매출 감소를 우려해 개고기(리니지)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못한 채 괴상한 신작을 개발했다는 지적이다.

세대교체에 따라 이용자층의 주류가 바뀌면서 국내 게임 스타일에 관심이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게임들이 고액의 과금 없이는 즐기기 어려운 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선 과금체계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게임이 ‘착한 과금’을 내세워 빈틈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것이 10·20대들에게 먹혀들었다는 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게임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아 바쁜 현대인이 예전처럼 게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게임에 관심은 있지만 진입이 망설여졌던 이들에게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방치형 게임을 위시로 한 중국 게임의 영향력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텐센트 출신 등 베테랑 개발진들이 설립한 중국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이 있다. 해당 게임은 개발단계서부터 ‘중국판 다크소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 출품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다만 외산 게임의 약진 지속가능성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초에 유입된 라이트 유저들은 외국 게임사의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헤비 유저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이 출시된 2~4분기부터는 국내 기업들이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 콘텐츠가 많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