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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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정부가 4대 방산 강국을 목표로 제시하며 방위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2대 방위산업전시회 중 하나인 지상무기전시회가 주최 측 간의 내분으로 쪼개지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주최, 주관사 측이 각각 같은 날짜 다른 장소로 행사를 강행키로 해 이권 다툼에 정작 K방산 경쟁력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어 업계 안팎으로 우려가 나온다.

22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을 공동을 주체해온 대한민국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IDK)는 올해 각각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행사 개최를 강행하기로 했다.

양측은 2014년부터 짝수년에 ‘DK KOREA’라는 명칭으로 2022년까지 다섯 차례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 행사 개최를 앞두고 육군협회는 새 주관사로 국내 최대 전시업체인 메쎄이상을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이에 육군협회는 ‘KADEX’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IDK는 기존 ‘DK KOREA’로 개최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기존 행사 명칭은 IDK가 확보하고 있다. 이에 KADEX와 IDK는 오는 9월 25일 각각 충남 소재 계룡대 활주로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이처럼 행사가 둘로 쪼개진 데는 회계 처리상 신뢰 문제와 전시회 수익금 배분 문제에서 시작됐다. IDK 측은 DX KOREA는 1~4회는 적자를, 5회째인 2022년에 10억원 가까이 흑자를 기록하자마자 육군협회가 자사를 몰아내기 위해 모함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 수익금 배문 문제로 촉발···갈등 폭만 키웠다

이에 반해 육군협회는 IDK가 전시회 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를 불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먼저 기존 행사 명칭의 소유권을 IDK 측이 보유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육군협회는 공동소유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소송 결과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KADEX라는 새 이름을 도입했다.

장소를 두고서도 양측 모두 기존 일산 킨텍스에 대관신청을 했지만 기존 전시회가 우선이라는 킨텍스 내부 규정에 따라 DX KOREA를 내세운 IDK 측이 차지하게 됐다. 반면 육군협회는 국방부와 육군의 후원을 받아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겠다는 계획이다.

행사가 쪼개지면서 양측 모두 방산업체 유치 경쟁 및 방위사업청 후원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업계 전체가 당혹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성격의 전시회가 같은 날 개최된다고 해서 양쪽 모두 참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방사청이든 국방부 등 정부가 나서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2022년 DX KOREA에 참가한 일부 업체는 이미 올해 전시회를 위해 전시 부스 신청과 함께 계약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이미 지급한 곳도 있어 자칫 참여 업체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육군협회는 일부 국내외 방산업체에 KADEX 참가를 선택하면 2년 전 납부한 계약금을 보존해주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IDK 측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업계는 방위산업 육성과 방산수출 진층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의 후원 결정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방사청이 후원하는 전시회를 방산업체가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품질원 등 방사청 출연기관도 방사청이 후원하는 전시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방사청은 방산 전시회에 참가하는 중소·중견 업체에 내부검토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취임한 석종건 신임 방사청장은 22일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을 만나 “전시회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좀 더 세부적으로 보고를 받고 논의후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방사청 측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해 선뜻 후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에서는 국산 지상무기체계가 세계 곳곳에 수출되며 K방산을 대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지상무기 전시회를 통해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자 K방산 경쟁력을 깎아먹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상무기전시회에는 해외 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13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19일 방위사업청 과천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제13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19일 방위사업청 과천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 국방위 국감에서도 지적···민간단체 수익사업 전락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카덱스가 정부에서는 누가하는 거냐”며 “육군협회가 자체 행사로 하는거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예비역들이 모여서 돈벌이를 하는 것이냐”며 “제가 육군 출신이라서 이 질의가 방송에 나가면 수도 없이 항의를 받겠지만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배진교 정의당 국방위 위원은 “방산전시회 참여 중소·중견기업에 업체별로 500만원씩, 육군은 해마다 3억원의 예산과 전차 등 각종 무기, 근병력 1200여명을 지원했다. 1인당 10만원만 계산해도 12억원”이라며 “공군과 해군은 한 단체가 독점해서 진행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육군협회가 주최사가 되면서 주관사에서 10여년간 10억원정도, 2022년에는 군수산업연합회, 이효율(풀무원 대표이사)와 IDK로부터 각각 1억5000만원씩 3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육군협회가 육군 전체와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도 아닌데 지원을 몰아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분쟁이나 분란은 K방산 수출이나 산업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이 문제의 기준은 명확하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곳에는 공적 감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업체들 사이에서도 내부적으로도 방향성을 결정하지는 못했다”면서 “행사가 나눠진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방산수출은 방사청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결정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쪼개진 채로 행사가 진행될 경우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 방산 관련 기관들을 포함해 향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의 정리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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