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이마트에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이마트에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업계가 불황 속에서도 자체브랜드(PB) 상품 덕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국내외에서 가파른 상승세로 매출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11.8% 껑충···“고물가 영향”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계 PB 상품은 빠른 속도로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닐슨아이큐(NIQ) 조사 결과 유통업체의 PB 상품 매출은 최근 1년간(2022년 4분기~지난해 3분기) 전년대비 11.8% 성장했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상품으로, 일반 제조사 브랜드(NB) 상품 대비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고 유통 과정을 크게 줄여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의 ‘피코크’나 ‘노브랜드’, 롯데마트 ‘요리하다’, CU ‘헤이루’, GS25 ‘유어스’ 등이 대표적이다.

NIQ 조사 결과에서 PB 상품은 전체 소비재 시장이 같은 기간 1.9% 성장한 것에 비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11.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 조사에서도 지난해 국내 PB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품질 대비 저렴한 PB 상품 구입량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체 PB 상품군이 간편식에 집중되는 만큼 1인 가구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 등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품 부문의 PB 상품 시장은 전년대비 12.4% 성장했다. 비식품분야 성장률인 7.4%보다 높다. 간정간편식(HMR) PB 상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국·탕·찌개 등의 PB 상품은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에서 모두 NB 상품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유통업계 PB 점유율이 21%에 달해 아직 국내 PB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유럽에서 경제 저성장기에 실속 소비 패턴이 정착하면서 PB 상품이 각광받았던 것과 현재 국내 PB 상품 성장 흐름이 비슷한 것으로 분석했다.

PB 상품 매출은 모든 부문에서 전제 소비재 매출 성장률을 압도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PB 상품 매출은 모든 부문에서 전제 소비재 매출 성장률을 압도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형마트·편의점 매출 견인하는 PB 상품···“수익성 개선”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PB 상품들이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객수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홈플러스 PB 상품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가파른 성장세만큼 PB 상품들의 홈플러스 내 영향력은 상당하다. 일례로, 지난해 홈플러스 구매 고객 10명 중 3명은 PB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PB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PB 상품 구매가 객수 증대에도 기여한 셈이다. 홈플러스 PB 상품 수도 2019년 900여 종에서 2023년 3000여 종으로 크게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PB 상품의 확대가 향후 전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인 홈플러스 PB 상품으로는 홈플러스시그니처 ‘이춘삼 짜장라면’, ‘이해봉 짬뽕라면’, ‘메가스톤IH 프라이팬’ 등이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PB 상품들은 가성비와 품질은 물론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까지 갖추면서, 고객들의 홈플러스 방문이 이어지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PB상품이 더욱 다양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PB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PB '요리하다' 상품 매출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간편식. [사진=연합뉴스]
롯데마트 PB '요리하다' 상품 매출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간편식. [사진=연합뉴스]

롯데마트는 식품의 구성비를 90%까지 늘린 식료품 전문 매장 ‘그랑 그로서리’에 PB 상품인 ‘요리하다’의 간편식과 즉석 조리식을 대거 배치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그랑 그로서리’로 전환한 1호점 서울 은평점은 6주간 방문 고객수 15%, 매출 10% 가량이 상승했다. 특히 즉석 조리 상품군 매출이 재단장 이전 대비 60% 가까이 늘어났다. 중화요리를 뷔페처럼 담아갈 수 있는 ‘요리하다 키친’, 대형마트식 오마카세를 표방하는 ‘요리하다 스시’, 이색 간편 구이류를 한 곳에 모은 ‘요리하다 그릴’로 구성된 44m의 ‘롱 델리 로드’가 성과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020년부터 전문 셰프로 구성된 ‘푸드이노베이션센터’를 조직해 독자적인 상품 개발에 힘쓰는 한편, 기존 상품 레시피를 개선하며 맛과 품질을 높여온 점이 효과를 발휘했다”며 “차별화된 즉석 조리식과 간편식 상품은 주 고객층인 신혼부부와 3040세대의 적극적인 소비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대형마트 PB 상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노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1조 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 2015년 론칭 이후 매년 최대 매출을 경신 중이다. 라면 등 면류(22%), 과자류(20%), 보디워시, 클렌징폼을 비롯한 생활용품(18%) 등 상품군에서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국내 넘어 해외로···“다양한 상품 안정적 판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PB 상품의 해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해외시장에서 국내 PB 상품은 품질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우수해 해외 로컬 마트 및 브랜드와 경쟁 중이다.

이마트는 현재 전 세계 19개국에 ‘노브랜드’를 위시로 한 PB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54억원이던 PB 상품 수출액은 지난해 374억원으로 늘었다. 롯데마트도 PB 브랜드인 ‘요리하다 ’, ‘오늘좋은’ 상품을 수출해 지난해 전년대비 5% 가량 증가한 수출 성과를 올렸다. 홈플러스 역시 200여종의 PB 상품을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 14개 매장에 수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플러스 PB 상품들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홈플러스 객수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PB 상품들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홈플러스 객수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편의점 CU는 미국과 중국, 영국 등 20여개 국가에 라면, 과자, 음료 등 PB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오는 4월엔 PB 브랜드인 ‘헤이루’ 치즈맛 컵라면을 일본 돈키호테 450여개 지점에 납품한다. PB 수제맥주와 하이볼도 홍콩 최대 슈퍼마켓인 ‘파크앤샵’에 입점한다.

GS25도 PB 상품을 전 세계 33개국에 수출 중이다. 수출 품목은 700여개에 달한다. GS25는 지난해 말 업계 최초 수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대비 약 50배 성장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인기있는 품목은 PB 브랜드 용기면으로, 전 세계 24개국에서 지난해만 약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원)를 수출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40여개 품목을 수출 중이다. 지난달엔 PB 브랜드 ‘세븐셀렉트’의 제품을 하와이 세븐일레븐에 수출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월 글로벌 차별화 상품 기획 및 개발을 목적으로 PB개발·글로벌소싱팀을 신설하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의 브랜드 파워와 PB 상품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인정 받으며 수출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연간 해외 수출액 1000만불을 목표로 수출을 다각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PB 상품의 수출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가격 경쟁력 등에 우위를 점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안정적 판매와 매출 성장이 모두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