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호반그룹 본사 정문에 할인분양 항의를 위해 서 있는 시위 트럭. [사진=고선호 기자]
22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호반그룹 본사 정문에 할인분양 항의를 위해 서 있는 시위 트럭. [사진=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협의 없는 할인분양, 입주 저지까지 불사하겠다.”

분양을 완료하지 못한 잔여 세대 처리를 위해 각종 할인과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이른바 ‘할인분양’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호반산업 본사에 시위용 ‘전광판 트럭’이 등장했다.

당사자인 호반산업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사전에 입주를 마친 수분양자들이 집값 하락을 호소하며 대대적인 공동대응에 나서면서 사태가 점차 격화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호반그룹 본사 정문에서는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의 수분양자들이 해당 단지의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호반산업의 각종 혜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광판 트럭 시위가 벌어졌다.

해당 입주민들은 호반산업 측이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할인분양을 단행, 기존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 중이다.

이들에 따르면 호반산업 분양사업팀이 45세대 정도의 물량을 대상으로 △15%의 금액 선납 시 5년간 잔액 납입유예 △15% 선납입 후 잔금 자납 시 연이자 4.5% 수준의 선납할인 등 최소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달하는 혜택을 제공했다.

이는 2021년 당시 해당 단지가 내 84㎡형 기준 4억6000만원 가량에 분양이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20% 정도의 최대 분양가 차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4개동 315가구 규모의 해당 아파트단지는 호반산업이 시행과 시공을 맡은 현장이다.

입주가 시작된 이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난 1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각종 혜택이 포함한 판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기존 입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현재는 관련 판촉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이 같은 혜택들로 같은 단지임에도 분양 시점에 따라 분양가액에 차이가 생겨나자 수분양자들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이미 입주를 마친 수분양자들은 호반산업에 대한 정식 항의와 법적 대응 등의 공동 대응을 위해 ‘할인분양대응협의체’를 구성,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현재 해당 단지 내 곳곳에 할인분양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설치했으며, 할인분양 지속 및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 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물리력 행사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할인분양이 의심되는 가구에 새로 들어온 입주민에 대해서는 ‘엘리베이터 사용료 50배 부과’, ‘주차요금 50배 적용’ 등의 엄포를 놓는 등 입주민들 안에서도 갈등을 빚는 중이다.

협의체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힘든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입주민들에 대한 사전 안내나 상호 간의 협의조차 없이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할인분양에 나선 호반산업에 불만을 표하는 것”이라며 “미분양의 핵심지로 꼽히는 대구 안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할인율이며, 이는 명백히 우리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이어 “호반산업 측은 85% 금액의 잔금유예 5년 제공이라는 혜택을 제공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금액을 깎아주는 할인분양은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에 1차 내용증명을 호반산업 본사로 보냈으나, 이에 대한 응답이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현지 분양사업팀이 돌린 전단에는 명백히 ‘할인’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기존 수분양자들을 무시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실제 본지 취재를 통해 확보한 현지 분양팀의 구인 안내 공고에서는 해당 분양 물건에 대한 선납할인을 비롯한 할인분양 내용이 게재돼 있었다. 해당 공고에 기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연 4.5% 계산 선납 할인 혜택’, ‘전례없는 파격혜택’, ‘잔금유예’ 등의 내용을 비롯해 ‘대구에서 계약 쓰기 제일 쉬운 조건’ 등 할인 및 혜택 제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됐다. 할인된 가격을 의미하는 ‘3억대 아파트’라는 직접적인 홍보 문구도 들어가 있었다.

해당 단지 인근에 노출된 판촉물(왼쪽)과 분양 어플리케이션 내 구인 공고 게시물에 기재된 할인분양 내용. [사진=제보자]
해당 단지 인근에 노출된 판촉물(왼쪽)과 분양 어플리케이션 내 구인 공고 게시물에 기재된 할인분양 내용. [사진=제보자]

반면 호반산업 관계자는 할인분양 사실을 묻는 본지 취재진의 질문에 “명확한 입장 표명이 어렵다”면서도 각종 혜택과 분양 홍보 절차 자체에 대해서는 “현지 사업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진 절차”라며 관련 논란을 부인했다.

이처럼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할인 분양도 확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앞으로 분양 단지 곳곳에서 비슷한 유형의 갈등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분양 단지에선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적용해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같은 할인 조건을 제시하는 특약사항을 넣는다거나 할인분양 시 일정 금액을 보전해주겠다는 소급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분양업계 관계자는 “할인 분양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기존 수분양자 요구사항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 절차를 유도하는 지침 정도는 마련돼야 한다”며 “계약보장 안심보장제 특약을 받았다면 할인 금액에 대해 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공급자의 배려에 기대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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