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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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가치주와 성장주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매일 바뀌는 가치주와 성장주의 순환매에 코스피와 코스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부각됐다.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국내 증시를 주도한 건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이른바 가치주였다. 

기업 밸류업 수혜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이른바 ‘저PBR’ 종목으로 자금 쏠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PBR은 가치주의 주요 특징으로, 특히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자동차·금융주가 부각됐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도입을 예고한 1월 17일 직후 18일부터 2월 6일까지 한국거래소의 KRX지수 중 보험(23.02%), 300금융(16.88%), 은행(16.73%), 자동차(15.49%), 증권(14.48%) 지수가 상위권을 차지한 배경이다. 

자동차와 금융주는 낮은 PBR의 매력에 배당 확대 가능성이 더해져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외인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9702억원, 4104억원 순매수한 가운데 하나금융지주(2152억원), KB금융(2089억원) 등 금융주를 공격적으로 사모았다. 삼성물산(2060억원), SK스퀘어(1169억원) 등 다른 저PBR 종목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그 결과 코스피는 2440.04에서 2576.20으로 5.58%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은 동기간 840.33에서 807.03으로 3.96% 하락하며 코스피와의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다.

대형 가치주 중심인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PBR이 높은 성장주 위주로 포진해 있어서다.

올 들어 가치주에 꽂힌 외인은 1728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닥을 외면했다.

대신 개인 투자자가 NAVER(3110억), 엘앤에프(1442억), 엔켐(1426억), 현대힘스(938억), 알테오젠(877억) 등 성장주를 대량 매집하며 추가 하방을 막았다.

외인과 개인의 엇갈린 투심은 이후 가치주와 성장주 간 힘겨루기 양상을 만들었다.

외인의 대단위 ‘사자’ 행렬에 저PBR 테마가 강세일 때는 코스피가, 외인의 외면 속에 약세일 때는 성장주 중심으로 코스닥이 오르는 그림을 반복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개인은 아무래도 주가 변동폭이 작은 가치주보다 성장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저PBR주 급등 부담에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면 상대적으로 성장주가 부각되는 순환매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도주 부재 속 저PBR이 단기매매 테마주로 활용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년간 가치주를 패대기치더니 이번에는 저PBR 주식을 마치 초전도체 테마주처럼 매수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증권가가 성장주·가치주 구분이 아닌 종목별 접근을 제안한 이유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표 성장주) 인터넷이나 2차전지 쪽이 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주) 보험주는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 실적, 밸류업 프로그램 등 특정 이벤트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 방향성 자체는 제한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치주에서 성장주로의) 순환매가 이뤄졌다기보다는 (저PBR 종목의) 차익실현과 뉴욕증시 약세로 가치주가 당장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성장주·가치주를 나누기보다는 수출 실적 회복세가 추세화될 경우 반도체 등 주력 수출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저PBR 테마 중 PBR이 낮으면서 배당이나 주주환원 여력이 되는 은행·보험·증권 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웅찬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우려가 낮아지고 중국 부양책이 기대되는 가운데 외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증시는 2월까지 대형주, 경기민감주, 가치주 위주로 반등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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