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국내 연간 택배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대 포장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가 오는 4월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아직까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업계 안팎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21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연간 택배 물량은 지난 2022년 40억개를 돌파했다. 2012년에 14억개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년 동안 3배 늘어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택배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거론됐다. 통계청이 지난 2022년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인이 사용하는 연간 택배 상자는 70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직구 시장이 발달해 택배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환경부는 오는 4월 30일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보내기 위한 일회용 포장에 대해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 포장 횟수는 1차례 이내’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제품에 비해 지나치게 큰 상자는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과대포장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단 가로, 세로, 높이 합이 50cm 이하인 포장은 규제 대상이 아니며, 과대포장이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CJ대한통운이 로이스 오팩을 15개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로이스 오팩을 15개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사진=CJ대한통운]

◇물류사, 친환경 포장 노력 이어왔다

이번 규제에 영향을 받을 곳으로는 물건의 보관 및 포장을 제공하는 물류사가 대표적이다. 다만 물류사의 경우, 과거부터 친환경 포장에 대한 노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큰 우려는 없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박스 추천 시스템 ‘로이스 오팩(LoIS O’Pack)’을 15개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로이스 오팩은 3D시뮬레이션 기반 적재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주문에 맞는 최적 크기의 박스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추천 시간은 건당 0.04초에 불과해 1분당 최대 1500건에 대한 박스 추천이 가능하며, 잘못된 박스를 선택하는 교체율은 0% 수준이다. 또 환경부 규제에 언급된 포장공간비율 또한 평균 36%까지 감소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혁신물류기술을 적극 활용해 물류 프로세스를 효율화시키면서도 친환경 물류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다회용기 제공업체 잇그린과 협력해 다회용기 회수 업무, 다회용기 물류 서비스 시범운영 및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 강남·서초 등 4개 자치구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서울 10개구와 경기 일부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버려진 폐기물, 폐의류 등을 재활용해 택배 기사 유니폼으로 제작해 전국 물류현장에 배포한 바 있다. 친환경 유니폼은 방수 및 발수 기능을 갖추고 기존 폴리에스터 원단의 활동성과 착용감을 그대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해당 유니폼으로 약 1.6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진 역시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했다. ‘그린와플’이라고 불리는 포장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로 제작됐다. 그물처럼 촘촘한 형태의 와플이 상품을 박스에 단단히 고정될 수 있도록 잡아 완충 작용을 한다. 

여기에 한진은 2020년 스타트업 에코라이프패키징과 함께 테이프 없이 조립 가능한 포장상자인 ‘날개박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린와플 완충제와 날개 박스 등 한진의 친환경 개발 상품들은 친환경 물류자재 플랫폼인 ‘그린 온 한진’에서 판매 중이기도 하다. 

서울 한 폐기물 업체에서 관계자들이 택배에 사용된 스티로폼 포장재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폐기물 업체에서 관계자들이 택배에 사용된 스티로폼 포장재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접 포장하는 ‘소상공인’은 혼란 커

문제는 직접 제품을 포장하는 개인 사업자, 즉 소상공인들이다. 새로운 규제에 맞추려면 다양한 규격의 택배 상자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에 좀처럼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법을 준수하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규격의 상자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상자 구입 비용이 추가로 생길 뿐만 아니라, 보관 및 재고 관리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다소 촉박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일례로, 환경부는 보냉재, 완충재에 대해 포장의 빈 공간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업계는 식품을 신선하게 배송하려면 아이스팩 등 보냉재로 둘러싸야 한다고 우려했다.

상자 40%에 식품을 넣고, 나머지 공간을 보냉재로 채운 경우가 규제 위반으로 적용되면, 앞으로 신선식품 배송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제품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한 완충재도 필수적이라고 봤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13일 식품을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한 보냉재는 제품으로 보겠다고 결정했다. 수송에 필요한 보냉재 등은 제품의 일부로 판단, 포장공간비율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냉재와 함께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한 완충재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결론에 일각에선 택배 과대포장 규제도 시행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일회용품 규제들이 축소·유예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환경부는 포장 규제와 관련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1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미뤄진 상황이다. 

다만 환경부는 규제 유예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다. 환경부는 “합리적이고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업계, 전문가 등과 구성해 논의 중으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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