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노베이션 사옥. [사진=이뉴스투데이DB]
SK 이노베이션 사옥.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SK이노베이션 실적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과 더불어 본업인 석유 사업도 부진한 가운데 자사주 소각 카드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20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7조2885억원의 매출과 1조90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98% 줄고, 영업이익은 51.4% 감소했다. 무엇보다 석유사업 영업이익이 8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2%나 감소했다.

특히 천문학적인 투자를 지속 중인 배터리 사업은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으로 지난해에도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19조5293억원, 영업이익은 726억원으로 직전인 3분기에 비해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95.35% 감소하며 올해 1분기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4분기 실적이 이처럼 직전 분기보다 악화된 것은 OPEC+(주요 산유국 협의체) 추가 감산 합의 실패로 유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석유사업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마진효과는 전 분기 대비 5201억원 감소했으며 재고 효과도 6488억원 줄었다. 지난 2022년 4분기 석유사업에서 6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당시에도 정제마진 하락과 재고평가손실이 이익 둔화의 주요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은 당초 목표했던 지난해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요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 따른 배터리 판가 하락 등 배터리 업계 공통의 시장 악재가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영업이익 95.35% 감소

다만 SK온은 올해 실적이 ‘상저하고’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는 수요 둔화에 따라 쌓였던 재고 소진, 원자재 가격 유지, 전기차 신규 모델 확대, 금리 하락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도 흑자 전환에 실패하자 SK온은 1년 전과 같은 성과급 0%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초에는 성과급이 없는 대신 ‘연봉10%와 추가 300만원’의 격려금을 임직원에게 지원하기로 결정해 올해도 격려금 지원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계속되는 실적 부진 시그널에 올해 연초부터 주가가 내려앉는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2023년 실적발표를 하며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지난 5일 7936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후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에 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 수만 줄고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을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을 지난달 낮춘 여파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자 전반의 불신과 실적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나섰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을 기존 8.25%에서 7.21%로 낮췄다고 공시했다.

지난 2020년에는 최고 11%대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 지분율은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투자목적을 수 차례 변경하는 등 고민이 깊은 모습을 보였다.

◇자사주 소각···시장 반응 좋지 못해

더욱이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 부분을 분할해 SK온을 설립할 때에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주식시장 반응도 차가웠다.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다음날인 지난 6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종가 기준 12만800원으로 전날에 비해 5%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이 먼저 나왔다.

이와 함께 증권가에서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최근 491만9000주(7936억원)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며 주주가치 제고 이행을 공시했다”며 “그럼에도 전일 주가는 도리어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SK온의 불리한 영업환경, 수익성 부진 장기화, 기존 사업부문의 뚜렷한 업황 개선 여부 미지수, 재무 건전성 악화 장기화 우려에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아니라는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탈석유를 위한 신사업에 치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터리 사업 등에서 대규모 초기 투자 대비 수익 개선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라며 “최근처럼 정유업이 기반을 받쳐주지 못하고 흔들리게 되면 빠른 시간에 회사 전체 수익률이 급감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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