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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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오는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본격적인 표대결에 돌입한다. 박찬구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조카인 박철환 전 상무가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반기를 들었고 OCI와 합병을 준비중인 한미약품그룹 역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환원에 목소리를 내면서 올해 주총장이 시끄러워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박철환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는 개인 최대주주로서 최근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환원 요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독립성 결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로 인해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차파트너스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의 장자다. 특히 그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0%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지만 박찬구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합산 지분에 밀리면서 경영에서 배제돼 있는 상태다.

이에 박 전 상무는 2021년 1월 일명 조카의 난을 일으켰다가 주총 표대결에서 완패하고 해임됐다. 2022년 주총에서도 배당확대와 경영복귀를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표대결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상무는 올해 주총을 앞두고 차파트너스에 △회사의 기업거버넌스 개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위해 필요한 권리를 위임했다.

차파트너스 측은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주주구성을 보면 박 회장 측 지분율이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지배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의 지분”이라며 “단순하게 이사회가 이사 구성이 총 열 개 자리면 박 회장 측이 두 자리를 갖는 것이 비례적으로 맞은 것이고 나머지 여덟 자리는 다른 소수 주주를 대변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 박철환 금호석화 전 상무, 사모펀드와 손잡고 3라운드 돌입 

지난달 12일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그룹 통합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 내부적으로 분란이 발생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장님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주총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같은달 17일 임종윤 회장과 임종훈 사장은 통합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복귀를 위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이들 형제는 이사회를 통한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는 임종훈 사장을,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는 임종윤 회장을 각자 대표로 세워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행보는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특히 임종윤 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나서는 이유가 사적인 채무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측은 이사회 구성 안건을 두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종윤 회장 측은 지분 28.4%를, 송영숙 회장 측은 지분 31.9%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송 회장 측 특수관계 지분으로 분류되는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임종윤 회장 측은 표대결에서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캐스팅보트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끊임없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두고 있는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에 대해서는 표대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을 모태로 장씨 일가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각각 맡아 독립적으로 경영해오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지분 소유는 장씨 일가가, 경영은 최씨 일가가 나누어 운영하는 구조를 취해왔지만 2022년부터 최윤범 회장 일가가 공격적으로 지분 매입 및 우호세력 획보에 나서면서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롯데알미늄도 오는 23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지난 16일 태광산업에 대해 “제안된 후보자들이 이사회에 참가해 회사의 영업 상황 개선 및 이사회 중심 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주주 제안 내용을 공시했다.

더욱이 최근들어 경영권 분쟁이 급증하면서 이에 편승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환 정책 강화, 기업경영 효율화, 사회적 책임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기업의 대주주 또는 경영진과 대립하는 상황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국내외 투자자 연합인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CLIM)·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안다자산운용은 지난 2일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모기업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가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65% 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며 저평가 상태라고 주장한다. 

◇ 활개치는 행동주의 펀드, 주주환원 요구 기대와 우려 교차

재계 안팎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환원을 촉진하는 정부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편승해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요구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들의 성공사례는 많지는 않다. 실제 2021년, 2022년 주주제안 통과비율은 각각 5.5%, 5.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본시장 여건이 마련되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주총장에서의 표 대결이 중요한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소연·강기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중심이었지만 20218년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또 경영 참여 목적의 사모펀드가 투자대상 기업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 외에도 사모펀드운용사들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도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조현식 전 고문과 조희원씨 등 현 조현범 회장과 갈등 중인 형제들과 손을 잡으며 불씨를 키웠다.

업계는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이유로 위축된 M&A 시장 사정을 꼽고 있다. M&A 시장에서 우량한 매물이 많지 않고 통상 사모펀드가 기존 대주주와의 협상에서 지분 가치보다 30~40% 높은 가격에 주식을 구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쟁에 참여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그룹 사태에서 MBK파트너스 측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욱이 MBK파트너스처럼 경영권 인수 후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바이아웃으로 수익을 거두는 전략과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인 행동주의 펀드 간 투자 전략 경계가 무너지면서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승계 과정 등을 통해 기존 오너가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점과 상속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기업 안팎으로 경영권 분쟁도 거세지고 있다”면서 “그간 사모펀드들은 기업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작업에 대주주 조력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소유 기반이 취약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략에 나설 수 있어 지배주주로서는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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