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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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증권가가 선제적으로 적립해 놓은 조 단위의 충당금을 통해 부동산 리스크를 극복할지 관심이다. 

‘4월 위기설’ 등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우려와 함께 해외 부동산 펀드의 부실 뇌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부동산업계 의견을 종합해 보면 고금리발(發) 부동산경기 침체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사 연쇄 부도는 이미 진행형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5개 건설업체가 부도를 맞았고, 18일 기준 폐업 신고 건설사는 총 565곳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사업장 구조조정 추진 의지에 ‘4월 위기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월 국회의원 총선 이후 중견·중소 건설사의 무더기 구조조정이 골자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사의 건설사가 포함된 부도 리스트가 이른바 ‘지라시’로 유포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건설업계 위기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에 PF 대출로 쏠쏠한 수익을 챙긴 증권사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13.85%로, 저축은행(5.56%) 대비 압도적이다.

본 PF(건설 사업 인가 후 준공 시점까지 대출) 보유 금액만 약 20조원 수준이며, 8조6000억원가량이 변제 순위가 낮은 중후순위 대출로 알려졌다. PF 전에 시행돼 부실 위험성이 큰 브릿지론도 3분의 1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 손상차손 여파도 상당하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지난해 9월 말 24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규모는 10조2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18~2022년 사이 투자 건이다. 올해 상당 규모의 펀드가 만기 도래를 맞는 셈이다.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대형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 펀드에 상당 부분 얽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대로면 손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가 만기 연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증권가는 올해 실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마친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만기 연장한 사업장에 대해선 금융회사가 예상 손실 100%를 장부에 반영토록 하고 2분기 중 부실 사업장 재분류를 통해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증권가 추산에 따르면 아직 잠정 실적으로 구체적인 충당금 적립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4분기에만 기업별 수천억원 단위다. 

하나증권(2565억원), 미래에셋증권(1579억원), 신한투자증권(1225억원), 한국투자증권(258억원), 삼성증권(72억원) 등 다수 증권사가 4분기 잠정 순손실을 발표한 배경이다. 연간 순손실, 전년대비 순이익 감소를 공시한 기업도 상당수다.

증권가 관계자는 “다수 증권사가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한 탓에 비교적 부담없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이 가능했다”면서 “당장 지난해 실적은 악화했지만 덕분에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증권가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 추산 5개 대형증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약 30%대 성장이 기대된다.

부동산 경기 위축을 야기한 고금리 기조의 전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의 증시 활성화 노력,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등 증권사의 자체 노력도 기반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증권산업은 경제성장률 개선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위탁매매, 투자은행, 자산관리 부문 중심으로 수익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PF 부실이 본격화되면 증권사 손실이 확대되고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충당금 적립 강화 및 유동성 위험 관리에 힘쓰고 중장기적으로 PF 익스포저 비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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